[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28> 기장 용수리고분군 출토 은상감(銀象嵌)고리 큰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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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적 도시인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압 박물관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대 벽화가 하나 전시되어 있다.
벽화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신이 사마르칸트의 지도자를 접견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새 깃털로 꾸민 조우관을 머리에 쓰고 둥근고리 손잡이 장식 큰 칼을 허리에 찬 남자 두 명이 있다.
부산 기장군 용수리고분군에서 출토된 장식대도인 은상감고리 큰 칼은 5세기대의 것으로, 길이 78.6㎝, 너비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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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적 도시인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압 박물관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대 벽화가 하나 전시되어 있다. 벽화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신이 사마르칸트의 지도자를 접견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새 깃털로 꾸민 조우관을 머리에 쓰고 둥근고리 손잡이 장식 큰 칼을 허리에 찬 남자 두 명이 있다. 한국사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로 유명한 벽화의 두 남자는 한반도에서 5000㎞나 떨어진 사마르칸트에 사신 자격으로 간 고구려 사람이다.
인류에게 칼은 요리, 도구제작, 사냥 등 일상생활의 필수도구 중 하나이다. 나라가 태동하던 삼국시대에는 전장에서 중요한 무기로 자리 잡게 되는데, 당시의 칼은 적을 공격하는 무기임과 동시에, 벽화 속 고구려 사신의 모습처럼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의 금속 가공기술을 반영해 화려한 장식이 더해진 장식대도(裝飾大刀)가 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삼국시대 지배층의 무덤에는 묻힌 사람의 신분뿐만 아니라 생전에 지녔던 권력, 경제력을 대변하는 화려한 유물이 부장되어있다. 금·은 세공으로 만든 화려한 유물 가운데 으뜸은 응당 장식대도이다. 장식대도는 칼 손잡이 끝부분의 모양을 나뭇잎 용 봉황 등의 형태로 제작하여 장식성을 나타내는데, 고리와 고리의 안쪽 장식, 칼 몸체 등에 상감을 하여 장식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부산 기장군 용수리고분군에서 출토된 장식대도인 은상감고리 큰 칼은 5세기대의 것으로, 길이 78.6㎝, 너비 3㎝이다. 길이와 너비는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보통의 삼국시대 큰 칼과 비슷하다. 하지만 고리의 모양과 표현된 장식은 다른 것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롱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네모난 안정적인 모양의 고리에 더해, 고리의 안쪽에는 신비스런 형태의 삼엽(三葉)을 만들었다. 고리와 삼엽 부분은 0.1㎝ 가량의 도구로 선을 그은 후 파낸 자리에 은을 채워 넣는 은상감기법을 이용해 찬연한 파도모양(波狀紋)을 표현하고 있다. 고리의 옆면을 일직선으로 상감하여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것 또한 특징이다.
상감대도는 한반도 각지에서 확인되는데 공주 수촌리·용원리, 합천 옥전, 함안 도항리, 남원 월산리 등 삼국시대 거점 고분군에서 주로 출토된다. 기장 정관에 있는 용수리고분군 또한 부산에서 경주로 가는 주요한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용수리 지역의 위상을 대변하는 대표적 유물 중 하나가 은상감고리 큰 칼이다.
은상감고리 큰 칼을 비롯한 삼국시대 부산지역 고분 문화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는 출토품은 부산박물관 동래관을 비롯해 정관박물관과 복천박물관 등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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