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풀린 ‘콜버스’에 영종도가 편해졌다

인천 영종도에 가면 정해진 노선이 아닌, 승객이 있는 정류장만 골라 다니는 특이한 버스를 볼 수 있다. 콜택시를 연상시키는 이 버스의 이름은 ‘아이모드’(I-MOD). I는 인천, MOD는 ‘수요 응답형 이동수단’(Mobility On Demand)의 약자다. 탑승 중인 승객과 배차 신청을 한 이용자의 동선(動線)을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계산해 최적 경로를 찾는 기술이 핵심이다. 영종도 내 공영버스의 평균 대기 시간은 78분이지만 아이모드는 15분에 불과하다. 버스 수준 요금으로 택시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규제 풀었더니 미래 기술이 현실로
영종도처럼 지역 내 교통 인프라가 완벽하지 않은 신도시에서 아이모드는 꼭 필요한 교통망이지만, 원칙적으로 따지면 불법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농어촌 아닌 지역에서는 수요 응답형 여객 운송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상대로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용한 덕분에 사업화가 가능했다. 아이모드 운영사인 씨엘은 영종도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강원도 강릉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수요 응답형 시티투어 버스 사업에도 착수했다.

윤석열 정부가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 기술의 사업화 플랫폼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들이 제한된 시장에서 규제 없이 최대 6년간 사업을 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도록 돕는 제도다. 국토부는 참여 기업에 최대 5억원의 실증 사업비도 지원한다.
작년까지 총 34개 사업이 규제 샌드박스의 도움을 받았고, 올해 8월 씨엘의 강릉 수요응답형 버스를 비롯해 5개 사업이 추가 지정됐다.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AI 기반 CCTV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한 공원 안전관리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이들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지만 도로교통법, 보행안전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지금껏 세상의 빛을 못 보고 있었다.
◇‘원스톱 컨설팅’도 도입
국토부는 보다 많은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사전(事前) 원스톱 컨설팅을 도입할 계획이다. 공공 지원 사업 경험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들을 위해 정부 산하기관 직원이 사업 계획 구체화, 법령 검토 등을 돕는 서비스다. 타 부처와의 소통을 통해 기업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숨은 규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성요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원스톱 사전 컨설팅을 통해 기업들에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을 국내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 지원과 규제 혁신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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