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풋풋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내 걸린다. 가을과 사랑을 그린 노래들도 자주 들린다. 짧은 가을이 지나간다. 가을날에는 뜨겁고 열정적이기보다는 은근하면서도 애가 타는 사랑이 어울린다. 그런 사랑을 노래한 수많은 노래 중에서 이은하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은 으뜸이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그리움은 남는 것….”
선배 가수인 진방남과 남진이 먼저 불렀지만, 이은하가 불러 비로소 히트곡이 됐다. 아코디언 연주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일찌감치 가수 수업을 받은 그는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어떤 노래든 명품으로 만들었다. 당시 패티김은 “대형가수라는 호칭은 이제 이은하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970년대와 80년대, 적어도 이은하는 조용필의 맞은편에 있었다. ‘제3한강교’ ‘새벽비’의 혜은이와 더불어 ‘디스코의 여왕’으로도 군림했다. 올드팬들은 1970년대 후반 ‘밤차’와 ‘아리송해’를 부르면서 육감적인 댄스를 선보이던 이은하를 기억할 것이다. “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멀리 간다네”로 시작되는 ‘밤차’의 안무는 관광버스 춤으로 주목받으면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았다.
‘봄비’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등의 히트곡을 듣다 보면 이은하가 탁월한 보컬리스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 가장으로 시작하여 집안의 빚을 떠안고 고군분투하다 쿠싱증후군과 유방암 등 병마와 싸워야 했던 그가 건강을 되찾고 오래도록 노래했으면 좋겠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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