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젤렌스키, 거인 아닌 ‘보통사람 걸리버’ 아이디어 내”

손효주 기자 2022. 10. 3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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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

'걸리버 리턴즈'를 제작한 우크라이나의 올레흐 호다추크 프로듀서(4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7년 4월 당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에서 우크라이나 독립(1991년 8월 24일) 30주년을 앞두고 젤렌스키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논의했다"며 "젤렌스키가 12개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그중 걸리버를 실제 거인이 아니라 용기가 거인만큼 거대한 인물로 설정한 애니메이션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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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리턴즈’ 내달 3일 국내 개봉, 우크라 호다추크 프로듀서 인터뷰
젤렌스키, 대통령 당선전 제작… 첫 장편애니 기획자-공동작가로
“영화속 인근 대국에 침공 받자 맞서 싸우는 릴리퍼트 공화국
우크라이나 현실과 비슷해”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에서 걸리버가 압도적인 병력을 앞세워 릴리퍼트를 침공한 블레퍼스큐군 총사령관에게 맞서는 모습. 걸리버는 이 애니메이션을 기획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블레퍼스큐와 릴리퍼트의 대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연상시킨다. 박수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음 달 3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

기획자이자 시나리오 공동 작가로 이름을 올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이 그 주인공.

영화의 원작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년)다.

‘걸리버 리턴즈’에서 걸리버는 릴리퍼트 공화국이 인근 대국 블레퍼스큐의 침공을 받자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릴리퍼트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걸리버는 “산처럼 큰 사람”이라는 전설과 달리 보통 체격을 지녔다.》
‘걸리버 리턴즈’를 제작한 우크라이나의 올레흐 호다추크 프로듀서(4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7년 4월 당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에서 우크라이나 독립(1991년 8월 24일) 30주년을 앞두고 젤렌스키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논의했다”며 “젤렌스키가 12개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그중 걸리버를 실제 거인이 아니라 용기가 거인만큼 거대한 인물로 설정한 애니메이션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실제 애니메이션에선 “덩치가 크다고 거인이 되는 건 아니란다. 커다란 포부와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거인이 될 수 있단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걸리버 리턴즈’는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했던 젤렌스키가 이끈 크바르탈95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호다추크 프로듀서는 “젤렌스키와는 2013년 한 체육관에서 만나 알고 지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켜 보자는 같은 목표가 있어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모아나’ ‘엔칸토’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모았다”며 “젤렌스키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한창이던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완성됐고, 우크라이나의 30번째 독립기념일인 지난해 8월 24일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개봉했다. 우연찮게도 애니메이션의 전 세계 배급이 본격화되던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애니메이션 속 상황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최첨단 무기와 압도적인 병력을 앞세워 공격을 퍼붓는 대국 블레퍼스큐는 러시아를, 작은 나라 릴리퍼트는 우크라이나를 연상시킨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고 결사 항전하며 블레퍼스큐군을 패퇴시키는 지도자 걸리버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떠오른다.

호다추크 프로듀서는 “우연의 일치지만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상황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며 “애니메이션 속 상황과 현실이 얼마나 비슷한지 하나하나 비교해 보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걸리버 리턴즈’는 미국을 포함한 73개국에서 정식 개봉했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전 세계 상영 판권 판매 등 수익은 전액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인다. 호다추크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줘서 고맙습니다. 걸리버 세계로 떠나는 한국 관객들의 여행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작은 기여를 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지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조국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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