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손을 놓쳤어요”… 친구 빈소 찾은 20대, 유족 붙잡고 오열
최미송 기자 2022. 10. 31. 03:01
[이태원 핼러윈 참사]희생자 가족-친구들 애끊는 사연
인파에 밀려 헤어졌던 쌍둥이… 동생 살았건만, 형은 끝내 주검으로
중간고사 끝낸 기숙학교 고교생, 오랜만에 서울 집 올라왔다 참변
美서 한국인 남친 사망 접한 여성 “작별인사 하러 한국 가게 돼” 애통
서울시 실종신고 4100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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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했어요. ○○이 손을 놓쳤어요.”
30일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는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사망한 최모 씨(25·여)의 시신이 안치됐다. 최 씨와 함께 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친구 A 씨(25·여)는 최 씨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다 제 잘못”이라며 오열했다. 최 씨 아버지 등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며 달랬지만 A 씨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강원 강릉에 사는 최 씨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오후 10시 33분경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했다. 최 씨의 아버지는 “(전화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찌직’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끊겼다”고 했다.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사망 소식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 딸, 평생 속 한 번 안 썩이고 착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거의 매일 전화하던 아이가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올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함께 갔던 쌍둥이 중 형만 사망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4명이 사망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이송된 수도권 병원 40곳에는 가족과 지인을 잃은 시민들의 통곡이 가득했다.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에선 고교 1학년생 조카(16)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B 씨가 “중간고사 끝나고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겠다고 이태원에 갔는데…”라고 말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아들인 조카는 전날 친구 2명과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방 과학고에 다니는 조카는 성적이 우수했고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신망을 얻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B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간만에 서울 집에 올라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친구 1명은 다쳤고 나머지 한 친구는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흐느꼈다.
같은 삼육서울병원 이모 씨(29·여)의 빈소에서 만난 친구 C 씨(29·여)는 “○○와 같이 이태원에 갔다가 사고 현장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서로 ‘정신 차리라’고 말하다가 선 채로 의식을 잃은 것이 마지막 기억”이라고 말했다. 간신히 빠져나온 C 씨는 현직 간호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닥치는 대로 응급처치를 했다. 그는 “친구 모습이 안 보여서 어디 잘 이송됐구나 싶었는데, 이 씨의 남자친구로부터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간호사이면서도 친구 하나 못 구했다”며 통곡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선 이태원 참사 현장에 쌍둥이 형과 함께 방문했던 동생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생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인파 속에서 흩어졌던 형은 몇 시간 뒤 사망자 명단에서 발견됐다.
○ 가족 찾아 무작정 헤맨 유족들
30일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는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사망한 최모 씨(25·여)의 시신이 안치됐다. 최 씨와 함께 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친구 A 씨(25·여)는 최 씨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다 제 잘못”이라며 오열했다. 최 씨 아버지 등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며 달랬지만 A 씨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강원 강릉에 사는 최 씨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날 오후 10시 33분경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했다. 최 씨의 아버지는 “(전화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찌직’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끊겼다”고 했다. 몇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사망 소식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 딸, 평생 속 한 번 안 썩이고 착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거의 매일 전화하던 아이가 지금이라도 전화를 걸어올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함께 갔던 쌍둥이 중 형만 사망
29일 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154명이 사망한 가운데 피해자들이 이송된 수도권 병원 40곳에는 가족과 지인을 잃은 시민들의 통곡이 가득했다.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에선 고교 1학년생 조카(16)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B 씨가 “중간고사 끝나고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겠다고 이태원에 갔는데…”라고 말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외동아들인 조카는 전날 친구 2명과 이태원에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지방 과학고에 다니는 조카는 성적이 우수했고 전교회장을 할 정도로 신망을 얻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B 씨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간만에 서울 집에 올라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친구 1명은 다쳤고 나머지 한 친구는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흐느꼈다.
같은 삼육서울병원 이모 씨(29·여)의 빈소에서 만난 친구 C 씨(29·여)는 “○○와 같이 이태원에 갔다가 사고 현장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서로 ‘정신 차리라’고 말하다가 선 채로 의식을 잃은 것이 마지막 기억”이라고 말했다. 간신히 빠져나온 C 씨는 현직 간호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닥치는 대로 응급처치를 했다. 그는 “친구 모습이 안 보여서 어디 잘 이송됐구나 싶었는데, 이 씨의 남자친구로부터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간호사이면서도 친구 하나 못 구했다”며 통곡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선 이태원 참사 현장에 쌍둥이 형과 함께 방문했던 동생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생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인파 속에서 흩어졌던 형은 몇 시간 뒤 사망자 명단에서 발견됐다.
○ 가족 찾아 무작정 헤맨 유족들
초조한 실종자 가족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지하 1층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참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이 초조하게 생사 확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후 7시까지 총 4189건(중복 신고 포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서울시가 실종자 신고 센터를 마련한 한남동 주민센터에선 애타게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29일부터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총 4189건(중복 신고 포함)의 실종 신고가 집계됐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하고 참사 피해자들이 안치된 곳을 무작정 찾아다닌 시민들도 있었다. 시신이 임시로 안치됐던 서울 용산구 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안모 씨(55·여)는 “밤 12시쯤 딸아이가 죽었다고 남자친구가 연락했다. 이곳에 사망자들이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달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 씨의 딸은 군 입대를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남자친구가 심폐소생술(CPR)을 했을 때 잠시 맥박이 돌아왔다가 다시 심정지 상태가 됐다고 한다”며 “핼러윈 다녀오겠다고 용돈을 달라던 모습이 마지막이 됐다”고 오열했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탓에 신원 확인 작업이 지연되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 의정부 을지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도 “주민등록증이 발견돼서 일단 여기로 왔는데, 조카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지문 채취하면 바로 신원은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라 우리 애가 맞는지 알아볼 수도 없다”고 했다.
미국 언론에는 생일을 맞아 이태원에 갔다가 숨진 한국인 남자친구를 둔 가브리엘라 파레스 씨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의 남자친구 최모 씨는 이날 24번째 생일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최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파레스 씨는 트위터에 “‘내 인생의 사랑’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내일 한국으로 떠나야 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애통해했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접하고 참사 피해자들이 안치된 곳을 무작정 찾아다닌 시민들도 있었다. 시신이 임시로 안치됐던 서울 용산구 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안모 씨(55·여)는 “밤 12시쯤 딸아이가 죽었다고 남자친구가 연락했다. 이곳에 사망자들이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달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 씨의 딸은 군 입대를 앞둔 남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남자친구가 심폐소생술(CPR)을 했을 때 잠시 맥박이 돌아왔다가 다시 심정지 상태가 됐다고 한다”며 “핼러윈 다녀오겠다고 용돈을 달라던 모습이 마지막이 됐다”고 오열했다.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탓에 신원 확인 작업이 지연되자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 의정부 을지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도 “주민등록증이 발견돼서 일단 여기로 왔는데, 조카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지문 채취하면 바로 신원은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라 우리 애가 맞는지 알아볼 수도 없다”고 했다.
미국 언론에는 생일을 맞아 이태원에 갔다가 숨진 한국인 남자친구를 둔 가브리엘라 파레스 씨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의 남자친구 최모 씨는 이날 24번째 생일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최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한 파레스 씨는 트위터에 “‘내 인생의 사랑’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내일 한국으로 떠나야 할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애통해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주현우 인턴기자 서강대 물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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