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명 몰린 핼러윈 행사에 경찰 137명뿐… 보행 통제도 안해
조응형 기자 2022. 10. 31. 03:01
[이태원 핼러윈 참사]경찰-지자체, 사고예방 소홀
3년만의 ‘노마스크’ 대규모 행사에 대부분 도로교통 인력만 배치
서울시-용산구도 통제계획 안세워
도로 가득 메운 인파에 구조 막혀 구급차 현장 빠져나가는데 20분
3년만의 ‘노마스크’ 대규모 행사에 대부분 도로교통 인력만 배치
서울시-용산구도 통제계획 안세워
도로 가득 메운 인파에 구조 막혀 구급차 현장 빠져나가는데 20분
발 디딜 틈 없이… 참사 당일 이태원 거리 29일 오후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이어진 골목에 인파가 몰려 있다. 면적이 128m²(약 39평) 남짓한 이 골목 인근에 1000여 명이 몰렸다가 떠밀리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SNS 화면 캡처 |
29일 서울 이태원에는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맞아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인데, 경찰 등 당국의 대비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시내 곳곳에서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의 상당수가 광화문 등으로 분산됐다”며 “예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 경찰 예상보다 많은 13만 명 이상 운집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면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이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승차 4만8558명, 하차 8만1573명)이었다. 3년 전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2019년 10월 26일·9만6463명)보다 약 3만4000명 많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이태원을 찾은 인원까지 더하면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29일 137명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했지만 참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주로 이태원로의 교통 관리에 투입됐을 뿐 이태원 골목 안쪽의 인파에 대한 안전 대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행자 통행 방향을 정하거나 진입 인원수를 조절하지 않았고, 2017년 등에 설치했던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2017∼2019년엔 인원을 34∼90명 수준으로 동원했다”고 했다.
사고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유성주 군(17·충남 서산시)은 “오후 7시 반부터 사고 순간까지 현장 통제 인력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구는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시설물의 안전점검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대규모 인파 통제 계획 등은 없었다.
통행량 조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 바깥 상황이 혼잡한 경우 경찰이 판단해 요청을 하면 협의해 무정차 통과를 하는 식인데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전날인 28일에도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직장인 정모 씨(31)는 “28일 친구들과 골목에 끼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로 30분 정도 있었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 128m² 면적에 1000여 명 운집
참사가 발생한 골목은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경로다. 북쪽에서 진입하는 쪽은 비교적 넓지만 골목 자체의 폭은 3.2m가량에 불과해 인파가 밀려들며 앞쪽에 가해지는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는 구조다.
더구나 길이 경사도 약 10%로 길이 40m, 낙차 4m의 내리막길이라 위에서 아래쪽으로 하중이 더욱 가해졌다. 유료로 핼러윈 분장을 해주는 이들이 거리에 설치한 식탁과 의자 등이 인파 통행에 불편을 낳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 씨(24)는 “(사고 전에도) 행인들이 분장사들이 설치해 놓은 의자와 식탁에 걸려 넘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면적이 약 128m²(약 39평)인 골목 인근에는 1000여 명이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0시경 지하철역 방향으로 빠져나가려는 인원은 뒤에서 계속 밀려드는데, 골목 앞쪽은 역에서 나온 인파로 가로막혀 있어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쪽의 일부 인원이 잇달아 넘어지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태원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구급차 진출입이 지연되며 초기 구조가 지체된 것도 참사가 커진 원인이다. 사고 현장에서 인파에 깔려 있다가 구조된 정지수 씨(26)는 “체감상 깔린 뒤부터 30분 넘게 지나서야 구급대원이 도착했다”고 했다.
현장의 구조본부는 “지금 축제(핼러윈)가 문제가 아니다. 구급차가 빠져나갈 수 있게 경찰 통제에 따르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했지만 도로에 가득 찬 차들과 인파가 빠져나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이태원로를 빠져나가기까지 20분가량 소요됐다.
보건당국이 사건 초기 사상자를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직후인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사상자 79명이 이태원동에서 약 1km 거리의 서울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체 사상자(286명) 중 4분의 1 이상이 의료기관 1곳에 집중된 셈이다. 이후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된 사상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됐다.
○ 경찰 예상보다 많은 13만 명 이상 운집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면 약 10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이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승차 4만8558명, 하차 8만1573명)이었다. 3년 전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2019년 10월 26일·9만6463명)보다 약 3만4000명 많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이태원을 찾은 인원까지 더하면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29일 137명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했지만 참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주로 이태원로의 교통 관리에 투입됐을 뿐 이태원 골목 안쪽의 인파에 대한 안전 대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행자 통행 방향을 정하거나 진입 인원수를 조절하지 않았고, 2017년 등에 설치했던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2017∼2019년엔 인원을 34∼90명 수준으로 동원했다”고 했다.
사고 현장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유성주 군(17·충남 서산시)은 “오후 7시 반부터 사고 순간까지 현장 통제 인력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서울시나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구는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시설물의 안전점검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대규모 인파 통제 계획 등은 없었다.
통행량 조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 바깥 상황이 혼잡한 경우 경찰이 판단해 요청을 하면 협의해 무정차 통과를 하는 식인데 요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전날인 28일에도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직장인 정모 씨(31)는 “28일 친구들과 골목에 끼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로 30분 정도 있었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 128m² 면적에 1000여 명 운집
참사가 발생한 골목은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경로다. 북쪽에서 진입하는 쪽은 비교적 넓지만 골목 자체의 폭은 3.2m가량에 불과해 인파가 밀려들며 앞쪽에 가해지는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는 구조다.
더구나 길이 경사도 약 10%로 길이 40m, 낙차 4m의 내리막길이라 위에서 아래쪽으로 하중이 더욱 가해졌다. 유료로 핼러윈 분장을 해주는 이들이 거리에 설치한 식탁과 의자 등이 인파 통행에 불편을 낳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 씨(24)는 “(사고 전에도) 행인들이 분장사들이 설치해 놓은 의자와 식탁에 걸려 넘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면적이 약 128m²(약 39평)인 골목 인근에는 1000여 명이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0시경 지하철역 방향으로 빠져나가려는 인원은 뒤에서 계속 밀려드는데, 골목 앞쪽은 역에서 나온 인파로 가로막혀 있어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쪽의 일부 인원이 잇달아 넘어지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태원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구급차 진출입이 지연되며 초기 구조가 지체된 것도 참사가 커진 원인이다. 사고 현장에서 인파에 깔려 있다가 구조된 정지수 씨(26)는 “체감상 깔린 뒤부터 30분 넘게 지나서야 구급대원이 도착했다”고 했다.
현장의 구조본부는 “지금 축제(핼러윈)가 문제가 아니다. 구급차가 빠져나갈 수 있게 경찰 통제에 따르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했지만 도로에 가득 찬 차들과 인파가 빠져나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이태원로를 빠져나가기까지 20분가량 소요됐다.
보건당국이 사건 초기 사상자를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 직후인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사상자 79명이 이태원동에서 약 1km 거리의 서울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체 사상자(286명) 중 4분의 1 이상이 의료기관 1곳에 집중된 셈이다. 이후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된 사상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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