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동애등에'를 아십니까?

김문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2022. 10. 3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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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3차 경제규제혁신태스크포스 회의가 있었다.

규제혁신 과제 중 가축으로 인정되는 곤충의 범위에 동애등에, 메뚜기 등 사료용 곤충을 추가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있다.

만약 제한 또는 금지되는 품목만 명시하고 명시된 품목 이외에 모든 품목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축이란 파리·모기·늑대·하이에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등을 제외한 동물이다'라고 했다면 축산농가가 동애등에나 메뚜기를 사육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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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겸교수(전 중소기업 옴부즈만)

지난 17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3차 경제규제혁신태스크포스 회의가 있었다. 규제혁신 과제 중 가축으로 인정되는 곤충의 범위에 동애등에, 메뚜기 등 사료용 곤충을 추가하기로 했다는 대목이 있다. 동애등에는 파리목에 속하며 색은 검고 모습은 커다란 벌처럼 생긴 곤충이다. 이 유쾌하게 보이지 않는 동애등에는 우리가 먹다 버린 음식물쓰레기로 사육된다. 다 자란 유충은 고품질의 단백질 덩어리로 가축의 사료로 쓰이며 나아가 미래 대체식량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이런 훌륭한 곤충을 일찍이 가축으로 포함했다니 역시 '대한민국의 규제개혁은 대단하구나'라고 했으면 좋겠으나 그 실상을 알고 보면 씁쓸하다.

동애등에가 법령이 정한 가축에 포함되기까지 8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렸다. 애초 동애등에를 축사에서 사육하는 것은 불법까지는 아니어도 적법한 일이 아니었다. 이 곤충은 가축을 정의하는 축산법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이를 사육하는 사업자는 축산농가에 적용되는 혜택에서 제외됐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득이 되는 생물을 사육하는 것은 오히려 장려해야 마땅함에도 적법하지 않다니 웬 망발인가 할 것이다. 이 사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가 갖는 한계를 알아야 한다.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는 허용품목만을 명시하고 그밖에 명시되지 않은 품목은 제한 또는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다. 축산법 2조는 가축을 '사육하는 소·말·면양·염소·돼지·사슴·닭·오리·거위·칠면조·메추리·타조·꿩,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動物) 등'으로 명시했다. 포지티브 방식의 관점에서 여기에 명시되지 않은 동물은 가축이 아닌 셈이다. 만약 제한 또는 금지되는 품목만 명시하고 명시된 품목 이외에 모든 품목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축이란 파리·모기·늑대·하이에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등을 제외한 동물이다'라고 했다면 축산농가가 동애등에나 메뚜기를 사육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에서는 해당 기술이나 서비스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모든 기술과 서비스가 불법이 돼 제품화 또는 상용화가 불가능해지므로 정보통신, 융합서비스 같은 아직 시장과 산업에서 잘 정의되지 않은 신성장 분야에서 네거티브 규제에 대한 수요가 크다.

혁신기술을 이용한 융합서비스나 혁신제품이 적기에 시장으로 진입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성장 분야는 물론 전통산업과 관련된 규제가 네거티브 프레임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급하게는 현행법상 기존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적합성 인증제도 및 규제샌드박스 등 대안적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론 네거티브 방식이 규제가 갖는 역진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안전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익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네거티브 프레임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 말로만 네거티브 규제를 외치는 것은 이제 그만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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