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70] 월출산과 장보고
돌이 단단할수록 비례해서 그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강하기 마련이다. 내가 다녀본 조선 팔도의 산 가운데 기억에 남는 강도의 돌은 계룡산, 금강산, 월출산이다. 영암군 월출산은 아주 단단한 암질이다. 바다도 가까운 위치이다. 바위의 불 기운과 바다의 수 기운이 서로 균형을 이룬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산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A급의 문필봉 여러 개가 포진되어 있다.
월출산 자락에서 왕인박사, 도선국사, 최지몽 태사가 배출되었으니 그 문필봉 기운을 증명한다. 그 유명한 월출산 서쪽의 문필봉인 주지봉(朱芝峰)의 영향이다. 동쪽의 사자봉도 선암(船巖) 마을에서 바라다보면 대단한 문필봉으로 보인다. 한 개도 아니고 손가락처럼 4개의 문필이 ‘따따블’로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인물이 나오겠는데!’ 마침 옆에 있던 향토사에 해박한 영암군의 천재철(60) 실장에게 ‘여기에서 인물 안 나왔냐?’고 물어보았다. ‘이 앞의 들판 이름을 궁복(弓福)뜰이라고 부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100만평은 되어 보이는 넓은 들판이다. 궁복은 장보고의 어렸을 때 이름이다. 동네 노인들의 구전에 의하면 장보고가 이 동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장보고의 어머니가 기도했던 바위인 건덕바위도 동네 뒤쪽에 아직 있었고, 동네 옆의 동백정은 장보고가 군사를 훈련했던 훈련터였다고 전해진다. 재미있는 지명은 동네의 국두암(國頭巖)이었다. 동네 앞에 마당 바위처럼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옛날에 배가 들어오면 배의 밧줄을 매어 놓던 바위였다는 것이다. 궁복(장보고)이 배를 타고 출발할 때도 이 국두암에서 출발한 셈이다.
‘국가의 두령’이라는 뜻의 ‘國頭’는 장보고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9세기 한·중·일 3국의 바다를 지배했던 해상왕 장보고를 이 동네 사람들은 ‘국두’로 여겼던 것이다. 국두암 이야기를 들으니까 월출산 구림마을 도선국사 생가터 마당에 솟아 있는 국사암(國師巖)이 생각났다. 월출산 주지봉이 바라다보이는 쪽에서는 국사암이 있었고 사자봉 쪽에서는 국두암이 포진하고 있었다.
월출산은 고대부터 전라도 해상 물류 세력의 이정표였다. 해안가 평지에서 솟아 오른 800m급의 바위산은 먼 바다에서도 육안으로 보였다. 특히 영산강 하구에서 배를 타고 나주 쪽을 들락거릴 때 월출산 뒤로 솟아 오르는 보름달은 밤의 뱃길을 훤히 비춰주는 등대의 역할을 하였다. 월출산 이름은 해상 세력이 배 타고 가다가 붙인 이름이었다. 여기에서 장보고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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