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54명 사망·132명 부상…외국인 사망자도 26명[이태원 핼러윈 참사]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이태원에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경사진 좁은 골목에 몰린 인파가 뒤엉키면서총 154명이 사망하고 132명이 다쳤다. 역대 최대 사상자 규모다.사상자 대부분은 2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쯤 “압사해서 죽을 것 같다. 사람들이 10명 정도 깔려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있어 다칠 것 같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후 1시간 만에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는 신고가 80건 넘게 들어왔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30일 오전 1시까지 파악한 심정지 환자가 50명, 부상자를 포함한 사상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소방관·경찰관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썼다.
이날 오후 11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이번 참사 사상자는 총 286명이다. 사망자 가운데는 20대가 절반이 넘는다. 남성은 56명, 여성은 98명이다. 부상자 중 중상자는 36명, 경상자는 96명이다. 소방당국은 중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사망자도 14개국 26명이다. 국적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노르웨이, 러시아, 미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이다.
사고는 좁은 골목을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태원 곳곳에서는 핼러윈을 맞아 파티가 벌어져 밤늦은 시간까지 인파로 뒤덮였다. 사고가 일어난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은 폭 4m 정도의 좁고 경사진 길이 40m 가량 이어진다. 수백명이 엉키면서 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핼러윈 행사 축제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새벽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와 기관은 피해 국민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를 실시하라”고 당부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참사 수습을 위한 전원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새벽 서울·경기 지역의 모든 재난거점병원 14곳과 재난의료지원팀(DMAT) 15곳에 응급 의료를 지원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날부터 내달 5일 자정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단다.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한다. 한덕수 총리는 이날 “정부는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1일까지 이태원 인근 가게 100여곳도 애도 기간을 갖기 위해 점포 문을 열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를 오는 31일 오전부터 운영한다. 장소는 서울광장에서 사고 현장 인근 녹사평역 광장이다. 녹사평역 광장(이태원로 134)은 이태원역에서 녹사평역 방향으로 이태원로가 끝나는 지점에 녹사평대로와 만나는 공간이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400m 떨어져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사고 당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은 13만명을 넘어 코로나19 확산 전(9만~10명)보다 30%나 사람이 더 몰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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