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가능한 사람 있나요” 외침에... 시민들이 구조 나섰다

이해인 기자 2022. 10. 30. 22: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2022.10.30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은 처음 사고 신고가 접수된 29일 오후 10시 15분부터 3시간 넘게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의료진과 시민들은 쓰러져 의식이 없는 환자들의 윗옷을 벗기고 CPR(심폐소생술)을 했고 속속 도착한 경찰과 구급대원들도 현장에서 응급 조치를 했다. 사고 지점이었던 이태원세계음식거리뿐 아니라 골목 진입로인 이태원역 1번, 2번 출구 앞 인도와 도로에서도 집단 CPR이 이뤄졌다.

사고 직후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CPR 가능한 사람이 있느냐”며 소리를 쳤다. 인근에 있던 의료진이 나섰다. 이날 이태원 인근을 지나던 의사 이범석(31)씨는 “이태원역에서 용산구청 가는 거리를 지나다 사람이 실려 나오는 걸 목격한 시각이 오후 11시 5분쯤”이라며 “구급대원들이 응급 조치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인력이 부족해 보여 나도 직접 현장에 들어가 CPR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환자 대부분이 얼굴에 코피를 흘리고 있거나 복부 팽창 증상을 보였는데 외부 압박에 의한 내장 파열과 출혈로 추정된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사고 현장에 있었던 순천향대병원 간호사 김윤희(29)씨도 뛰어들었다. 김씨는 “사고 현장에 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뒤 정신을 차리고 현장에서 환자 5명 정도 CPR을 진행했다”며 “‘제발 살아라’ 하는 마음으로 CPR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맥이 안 잡혔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나쁜 환자는 빨리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는데 구급차가 부족했다”며 “같이 있던 친구를 살리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사고 현장 인근 1층 술집에 이틀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는 전재범(24)씨는 “군 생활을 하며 CPR을 배운 적이 있어서 경찰과 함께 응급 CPR을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깔린 친구에게 1시간 넘게 CPR을 했다는 전모(31)씨는 “길바닥에 눕혀 놓고 주변 시민들과 교대로 CPR을 했다”며 “1시간 넘게 CPR을 했는데도 맥박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도로에 눕힌 환자 인근에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CPR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인근 상인들도 현장에서 구조를 도왔다. 가게 직원들은 현장에서 구조된 시민들에게 줄 물을 떠 날랐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식을 잃은 환자의 몸을 주물렀다. 상점을 개방하고 대피를 도운 상인들도 많다. 사고 현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남인석(80)씨는 “가게 앞에서 사람이 겹겹이 넘어지기 시작해 경찰과 구조대원과 같이 끄집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며 “뒤에서부터 빼내기 시작해 한 명 한 명 꺼내는데 대부분 의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후 11시 25분쯤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의식 잃은 사람들을 현장에서 대로변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해 이태원역 1번, 2번 출구 앞 도로에 눕혔다. 의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들은 담요에 덮인 채 길바닥에 나란히 눕혀 있었다. 의식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도로에서 CPR이 진행됐다. 오후 11시 50분쯤이 돼서야 경찰이 1개 차로를 확보하면서 구급차가 현장에서 환자를 이송하기 시작했다. 30일 새벽 1시가 넘어서면서부터 가족과 친구를 찾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들을 찾으려는 50대 여성이 “내 아들을 찾아달라”며 오열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