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같지 않아서”…추모 발길 이어지는 참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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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이태원 참사현장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 대부분은 "남일 같지 않아서" 참사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추모 현장에 조화를 내려놓고 묵념을 한 김오석(30)씨는 어제 저녁 이태원에 들었다.
참사 현장에는 "다음에는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으시길" "그대들이 가버린 삶을 하루하루 더 소중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늠조차 되지 않는 그대들이 느꼈던 아픔이 욕되지 않길 바란다" 등의 추모 글귀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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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좋아 집 머물었는데, 내가 죽었을수도”
어둠이 내린 이태원 참사현장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이태원역 1번 출구. 30일 오후 3시께 부터 출구 옆 난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화가 하나 둘 놓이기 시작했고, 저녁 9시께부터는 공식적인 분향소를 연상케 할 만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화와 글귀들이 빼곡히 차있었다.
이곳을 찾은 추모객 대부분은 “남일 같지 않아서” 참사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수원에서 온 배승민(33)씨는 “제 또래 분들이 너무 많이 돌아가신 것 같아 인사를 드리러 왔다”며 “화면에서 볼 때보다 사고 장소가 너무 좁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모 현장에 조화를 내려놓고 묵념을 한 김오석(30)씨는 어제 저녁 이태원에 들었다. 김씨는 “어제 핼러윈을 구경할 겸 이태원을 잠깐 들렀다가 다른 곳에 가서 술을 마셨다”며 “사고 당한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와서 뭐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두환(44)씨는 조화들 사이에 놓인 글귀 하나를 이야기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경기 구리시에서 왔다. 권씨는 “(글귀를 남긴 분의) 아드님이 이태원에 왔었는데 근데 아드님은 돌아가시지 않은 것 같다. 대신 죽은 아들, 딸을 위해 추모한다고 돼 있었다. 그걸 보니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메모를 보니 “우리 대신, 제 아들 대신 가신 영혼들이여 우리를 용서하소서. 머리 숙여 명복을 빕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참사 현장에는 “다음에는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으시길” “그대들이 가버린 삶을 하루하루 더 소중히 살아가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늠조차 되지 않는 그대들이 느꼈던 아픔이 욕되지 않길 바란다” 등의 추모 글귀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손유영(26)씨는 어제 밤 이태원에 오려고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 집에 머물렀다. 손씨는 “몸이 안 좋아 친구들만 이태원에 놀러갔는데 어제 밤 뉴스를 보고 너무 먹먹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모두 연락이 됐다”면서도 “제가 그 시간대에 여기 왔었다면 저도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복잡한 마음이다.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서른살 딸을 둔 박수영(63)씨는 두 시간 동안 현장에 머물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그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희생자들이 너무 불쌍해서 추모를 하러 왔다”며 “현장을 열 바퀴 정도 돌면서 희생자들이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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