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국민의힘은 30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정치 일정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정쟁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한 야당 인사가 이번 참사를 두고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人災)”라고 한 것을 겨냥해선 “정치병자”라는 등 맹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왼쪽)과 비대위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전 당원협의회, 지구당에 불요불급한 행사와 축제의 자제를 지시하고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오전에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일체의 지역구 활동을 포함한 모든 정치활동 및 체육활동을 중단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각 시·도당 등에 공문을 보내 불필요한 공개 활동·사적 모임·음주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게시 등 자제, 공식 행사에서 검은 리본 패용, 정치 구호성 현수막 즉시 철거 등 국가애도기간 중 행동 수칙을 제시했다.
정치권에서 이번 참사를 둘러싼 정쟁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당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 글에서 “제 정당들은 이 안타까운 참사를 부디 정쟁에 이용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후 취재진에게 “사고와 관련되는 것, 괴담이라든지 이런 것으로 정쟁을 유발하지 않도록,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등을 지낸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번 참사를 놓고 자신의 SNS를 통해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며 원인으로 청와대 이전을 지목한 데 대해선 날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남 부원장은 해당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하거나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로 유명한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이 지난 8월25일 충남 천안시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다시 뛰는 대한민국 경제’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천안=뉴시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SNS에 남 부원장의 글을 다룬 기사 사진을 올린 뒤 “아무리 정치병자들이라도 좀 사람 도리는 버리지 맙시다”라고 일침을 놨다. 양 수석대변인은 남 부원장의 글에 대해 “논평할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문제의 SNS 게시글로 논란이 일자 남 부원장은 글을 올린 지 약 30분 만에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해당 글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남 부원장의 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개인 의견이고, 그런 내용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최고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