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자치구 행사엔 1000명 안전관리...10만 인파 이태원엔 150명 비상대기
서울시, 29일 밤 소방의용대원 고작 12명 투입
전문가들 "안전대책 철저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안전관리대책 사각지대에 있는 ‘주최 없는 축제’가 불러온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참사처럼 정확한 주최자가 없을 경우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관리나 대응이 부실해지고, 안전불감증까지 겹쳐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만 인파 몰렸는데...용산구, 직원 150명 투입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통상의 지역축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지역축제 안전관리 매뉴얼’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행안부가 발간한 매뉴얼에선 순간 최대 1,000명 이상 참가가 예상되는 지역축제 개최자는 축제 30일 전에 지자체 등에 안전관리계획을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자체는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역안전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계획을 심의·검토해야 한다. 해당 계획에는 행사장 동시 최대 수용인원 검토와 축제 진행 중 수용한계를 넘을 경우에 대한 대응책 수립도 담겨 있다.
또 축제가 열리면 안전요원을 우선 배치하고, 지역축제 행사장 내 종합안내소를 운영해야 한다. 경찰도 행사장 주변지역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안전사고 발생에 대비해 소방 구조ㆍ구급요원 및 소방차량을 현장에 대기시켜야 한다. 축제가 끝나면 안전관리 요원을 재배치해 관객의 안전한 귀가까지 돕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 이런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정확한 주최가 없어 이 중 어떤 내용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더구나 주최가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경우, 안전관리계획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지자체 등 각 기관에서 관리책임을 피해나갈 수 있는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매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 지역 특성상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와 서울시가 유관기관과 더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을 세웠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고 직전 경찰은 이번 행사에 1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용산구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고, 참사 발생 이틀 전인 27일 ‘핼러윈 데이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방역이나 청소 대책이 주를 이뤘고,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핼러윈 데이는 특별한 행사 주최가 없고, 장소나 시간 등이 특정되지 않아 구청이 사전에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며 “과거 핼러윈 행사 때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큰 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사전 내부회의에서 이번 핼러윈 기간(28일~11월1일) 5일간 150명의 직원을 비상근무시켰다. 반면 지난 15~16일 구가 주관한 ‘이태원지구촌축제’ 에는1,078명의 인력을 동원해 현장에서 안전관리와 교통안내 등의 관리 업무를 맡겼다.
소방의용대원 12명만 밤 10시까지 대로변 순찰
서울시도 10만 인파에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소방 인력만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핼러윈 주간 소방 안전 대책’에 따르면, 안전순찰은 사고가 난 전날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두 시간 간격으로 6명이 교대 근무를 하도록 돼 있었다. 투입된 12명 모두 소방의용대원이었다. 이들의 순찰노선도 이태원 대로변 위주로,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울시나 용산구가 경찰과 협조해 제 시간에 교통 통제만 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녹사평역 사이 2㎞ 구간에 대한 사전 도로 통제와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을 실시했다면 인파가 넓게 퍼질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 당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무정차 통과로 몰려드는 인파를 줄였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토요일(22일) 이용객(4만2,059명) 대비 3배 이상이 몰렸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한된 공간에서는 수용인원을 통제하기 쉽지만, 좁은 골목에 곳곳에서 한번에 밀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사전에 예측해서 교통 통제 등 안전대책을 촘촘히 세웠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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