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데이터센터 화재 막으려면 ‘전고체 배터리’ 시대 앞당겨야[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
이달 15일 한국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마비되면서 각종 서비스가 오랜 시간 동안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집에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필자도 휴대전화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전원을 수차례 껐다가 켜기를 반복했다. 또 인터넷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무선 공유기의 상태까지 확인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상황은 다음날까지도 이어져 관련 애플리케이션(앱)들을 통해 제공되던 다양한 서비스가 제한됐고, 사용자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시피 해당 문제는 플랫폼 서비스 제공업체가 이용하던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에서의 화재 때문이었다. IDC는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설비로, 인터넷 연결의 핵심이 되는 서버들을 한 장소에 모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역할을 한다. 정전 등으로 서버가 멈추면 안 되기 때문에 자가발전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서버가 다운되지 않도록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무정전 전원장치’(UPS)가 필수적이다. UPS는 비축해 둔 전기로 정전 때 일정 시간 동안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주파수나 전압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기능의 대용량 배터리라고 보면 된다.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의 모음인 ‘랙(rack)’ 형태로 구성되는데, 주로 납축전지와 리튬이온이 함께 활용되거나 전체가 리튬이온으로 구성되는 추세이다.
사고 이후 있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선 이번 화재가 UPS를 위해 배치된 예비용 배터리 랙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집중 논의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와 폭발에 관한 취약성이 주요 이슈로 다시 한번 떠올랐다.
1990년대에 상용화되기 시작해 현대사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이런 단점을 보완할 차세대 2차전지 중 하나가 ‘전고체(Solid-state) 배터리’이다. 화재와 폭발 위험성이 있는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하는 개념이다. 안정성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더 작은 크기로도 고용량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2차전지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지난해 말에 인듐 음극 등을 도입해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황화물계의 전고체 배터리용 음극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등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소재 및 합성 공정을 최적화해 전도성을 높이고 있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얇고 넓은 형태로 자유 변형이 가능한 웨어러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연구 결과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누적되고 있는 데이터와 앞으로 증가할 정보기술 서비스의 이용량을 생각해 보면 IDC와 UPS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방재설비를 강화하고 안전검사를 시행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전고체 배터리의 시대를 앞당김으로써, 지금보다 안심하고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해 본다.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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