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왜 막을 수 없었나
[앵커]
'인파'와 '좁은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했지만, 과연 이번 참사, 미리 대비해서 막을 순 없었냐, 하는 물음표는 쉽게 떼어지지 않습니다.
사회부 하누리 기자와 좀 더 들어가봅니다.
하 기자, 아무래도 '경찰' 얘길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기자]
경찰, 이태원 현장에 하루 137명씩 배치 됐습니다.
형사, 교통 등 '합동순찰팀'이었는데요.
폭행, 음주사고, 추행, 마약 같은 범죄 예방과 단속에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해마다 핼러윈 때 이런 사고가 잦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자체인 용산구도 '핼러윈 긴급대책 회의'까지 했는데, 방역이라든가, 소음 점검, 불법 주정차 단속, 청소 대책, 시설물 안전 점검이 중심이었습니다.
[앵커]
예년에는 경찰의 대비 태세, 어느 정도였나요?
[기자]
네, 매년 경찰이 핼러윈 인파가 몰리는 곳에, 병력을 배치해 왔는데 올해가 가장 많은 인력이긴 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엔 하루에 30여명에서 90명 정도 이태원에 투입됐습니다.
코로나 기간엔, 핼러윈 당일 10시 이후 '집합 금지' 같은 방역 단속에 더 집중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번엔 예년보다는 좀더 많은 경찰 병력이 투입됐는데도, 어쨌든 참사를 막지 못한 거네요?
얼마 전에 여의도에선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리고도 무사히 불꽃축제가 마무리됐는데요.
[기자]
'주최 측'이 있느냐, 없느냐, 이 부분이 우선 다른 대목입니다.
불꽃축제는 주최 측이 신고를 했고 이에 따라 서울시와 구청, 소방, 경찰이 종합안전본부를 만들었습니다.
같은 지역인 이태원만 봐도, 바로 2주 전에 지구촌축제가 있었고 그 때도 인파가 꽤 몰렸지만 주최 책임자가 있었고 이에 따라 경찰도 차량진입을 막고 일방통행을 시키는 등 '규율'을 만들었습니다.
[앵커]
주최 측 문제를 떠나서, 이렇게 공공장소에 인파가 몰릴 경우에 대비한 안전 매뉴얼 같은 건 없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서울시도 소방방채정도 '공연 행사장 안전 매뉴얼'이란 걸 만들어서 관리합니다.
제가 들고 나온 겁니다.
특히 소방방재청 매뉴얼은 2005년 MBC 가요콘서트, 2006년 롯데워드 압사 사고 때문에 만들어진 겁니다.
그야말로 압사 대비 매뉴얼이죠.
[앵커]
그렇다면, 압사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이런 건 정해져있는 거군요.
[기자]
네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게 '동선'입니다.
한 출입구에 인원이 일시에 운집하지 않도록 나가는 길 들어가는 길 따로 만들어서 분산시키는 게 중점입니다.
또 좁은 공간에서 행사를 하지 않도록 하고, 곳곳에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하 기자가 이야기한 동선 분산, 좁은 공간 운집 금지, 안전관리 요원 배치, 모두 어제(29일)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사고가 난 오르막길엔, 올라가는 인원과 내려가는 인원이 뒤엉켜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람이 쓰러졌을 때 '뒤로 가라'고 외쳤지만, 이 '뒤'라는 개념조차 각자 달랐습니다.
만약 골목을 일방통행으로 통제했거나 통제선이라도 세워뒀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 남습니다.
영상편집:박주연 이상철 안영아 장수경/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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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리 기자 (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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