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관심이 중요했을까…무분별한 촬영·유포 도마에
SNS 통해 여과없이 전파
사상자 모습 그대로 노출
이용자 일각 비판 목소리
“트라우마 가중시킬 우려
혐오 표현 게시 중단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당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상자들의 신체와 얼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과없이 전파됐다. 참사 현장을 무분별하게 촬영하고 퍼트린 모습을 두고 ‘참혹한 참사 현장을 관전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전날 밤 발생한 참사 현장 사진과 영상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신체를 드러낸 채 누워있는 사상자들 모습도, 길가에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도 있었다.
파란색 천에 덮인 채 일렬로 누워 있는 모습을 위에서 찍거나, 구급차로 이송되는 사상자들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촬영한 영상물도 있었다.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거나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사람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참사 현장을 목격한 A씨(28)는 “경찰이 촬영하지 말라고 수차례 제재했지만 현장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격자 B씨(30)도 “SNS를 통해 참사 상황을 빠르게 접했지만, 게시물들은 시신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참사 현장 촬영물을 유포하지 말라’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페이스북 이용자 C씨는 참사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에 ‘얼굴을 가리거나 내리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댓글을 썼다. 트위터 이용자 D씨는 “CPR을 하려면 상의를 벗기거나 잘라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남의 취약한 순간을 인터넷에 올리느냐”고 적었다.
SNS에 유통된 영상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을 향한 비판도 있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형 참사일수록 피해자 인격권이 가장 중요하다”며 “참사 현장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유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수사당국과 플랫폼 사업자들은 참사 현장 촬영물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트위터코리아는 “문제 트윗을 발견하면 신고해달라”며 “민감한 게시물의 리트윗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경찰청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 개인정보 유출 행위 등 온라인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긴급성명을 내고 “큰 사고로 국민은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다”며 사고 현장의 영상·사진 공유 행위와 혐오 표현을 멈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에겐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며 “혐오 표현은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의 재난보도 준칙 준수를 당부하며 “언론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연주·민서영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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