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주체 따로 없는 ‘핼러윈’, 안전관리매뉴얼 ‘사각지대’

김원진·김보미 기자 2022. 10. 3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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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인파 몰리는 축제…안전관리 왜 못했나
현장 찾은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을 찾아 소방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역 축제 매뉴얼엔 자치구 등서 안전계획 수립·제출 의무화
주관기관 사실상 부재…행안부 “경찰 조사 후 구체 논의 가능”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에서 일어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다. 이는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회재난’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화재, 붕괴 등의 사고를 사회재난으로 정의한다.

사회재난을 방지하려면 사전 통제가 중요하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사회재난의 핵심은 통제다. 사회재난은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연재난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1992년 이후 국내외의 공연장 등지에서 수용 인원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발생한 다중밀집 사고를 2017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관람객 등이 당황하거나 불만 심리가 커질 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예방 대응 법령·매뉴얼이 미흡한 경우도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 축제나 행사에 관한 안전 법령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파가 몰리는 지역축제나 공연장의 안전관리를 위한 법령이나 매뉴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정부는 2006년 6월20일 ‘공연·행사장 안전 매뉴얼’을 만들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를 보러 온 시민들이 출입구를 여는 순간 한꺼번에 입장하면서 11명이 압사하고 16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다. 당시 사고는 노약자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컸다.

이 사고 이후 만들어진 매뉴얼에는 ‘많은 수의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고 공정한 줄서기를 유도·관리해 압사 사고를 사전에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정부는 2013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지역축제 안전관리 조항을 신설했고, 2019년에는 재난안전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민간이 지역축제를 개최할 때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행안부가 재난안전법에 근거해 만든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지역축제 안전관리 사항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매뉴얼 적용 대상은 ‘축제기간 중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 ‘폭발성 물질을 사용하는 지역축제’ 등이다.

문제는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행사의 주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15~1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지구촌축제는 행사 주최가 있었던 점과 대비된다. 지구촌축제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용산구가 후원했다. 지구촌축제 때에는 이태원역 인근 도로가 통제돼, 인파가 분산될 수 있었다.

보통 행안부, 자치구 단위로 안전관리계획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자치구가 주관하는 행사나, 행사비 지원 기관 또는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 등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관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 참사”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론 (안전) 매뉴얼상 사전 안전관리계획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따지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경찰 조사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 주체가 사실상 부재했더라도,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태원 일대는 매년 핼러윈 때마다 인파가 몰려 극심한 교통 혼잡 등이 빚어졌던 곳이다. 취객 관련 사고와 도난·분실 신고 등이 잇따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날 사고 현장을 포함한 인근에서는 대규모 인파의 이동과 통행을 관리하는 인력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 지자체와 당국의 관리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식 교수는 “참사의 원인을 하나로 꼽기는 어려운 게 사회재난의 특징”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곳곳에 인파가 몰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자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찰과 주변 상인 등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사전 통제에 나섰으면 대응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김보미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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