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만명 몰릴 것’ 예상하고도 도로 통제 병력 안 늘렸다

사고 피해 커지고 대응 어려웠던 이유는

참사의 흔적 경찰 과학수사대가 30일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 이태원 현장의 좁은 골목길에서 사고 당시 흔적을 살펴보며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차량 통제 없이 적은 경찰 인력으로 도로 넘어온 보행자 관리
첫 신고 접수 후에도 사람 더 늘어…“최소한의 조치 있었어야”

지난 29일 오후 10시25분쯤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로에 차량 통제는 없었다. 도로는 일반 차량과 버스로 가득 차 있었고, 보행로는 인파로 넘쳐나 시민들은 도로를 통해 이동해야만 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이태원에 약 1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핼러윈 인파가 집중되는 녹사평역부터 제일기획 사옥까지 약 900ｍ 구간, 혹은 적어도 녹사평역부터 해밀톤호텔 앞 이태원역까지 약 450ｍ 구간은 통제해야 했다. 그러나 현장에 별도의 도로 통제는 없었고 적은 인력의 경찰만 배치됐다. 이들은 대부분 교통경찰로 차량 통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보행로에서 넘어오는 인파를 관리했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해밀톤호텔 뒤 주점과 클럽, 식당 등이 밀집한 거리로 향하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해밀톤호텔 뒤는 평소 주말에도 이태원 지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핼러윈 때는 인파가 더 집중되는 ‘핼러윈 중심 거리’다. 이 거리는 오후 6시쯤부터 많은 사람들로 통행이 쉽지 않았다.

첫 신고가 접수된 오후 10시15분쯤에도 귀가하는 이들보다 이 거리로 향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당시 이태원역에서 지하철을 탄 A씨는 30일 “10시30분이 가까운 시각이었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올라가는 사람이 90%였다”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은 낮은 시민의식이나 무질서 때문만은 아니었다. 골목과 비슷한 너비의 좁은 통로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지하철역에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지하철 역무원들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했고, 시민들도 안내에 잘 따랐다. 한 역무원은 개찰구 앞에서 승객의 교통카드와 휴대전화 등을 대신 받아 찍어주기도 했다.

참사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에서는 이날 늦은 시각까지 집회가 열렸다. 수많은 경찰 인력이 관리하던 집회 현장과 달리 많은 인파가 몰린 이태원에서는 경찰을 쉬이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 앞 4~5차선이 되는 이태원로에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어 공간에 여유를 두었더라면 참사 피해를 줄일 수도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안전한 통행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장 관리를 위한 경찰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이태원은 (인파가) 예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참사가 벌어진 이태원에 현장 배치된 경찰관은 137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연도별 투입 인력은 2021년 85명, 2020년 38명, 2019년 39명, 2018년 37명, 2017년 90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각에서 경찰 배치 부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나 사실과 다르다”며 “올해는 지구대, 파출소 인력을 증원하고 경찰서 교통·형사·외사 기능으로 합동 순찰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경학·강연주 기자 gomg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