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 "아직도 희극인 이미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 되고 싶다" [인터뷰M]

김경희 2022. 10. 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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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속도로 가족'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며 호평을 받은 김슬기를 만났다. '고속도로 가족'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고 이 작품에서 김슬기는 임신한 몸으로 머물 곳을 찾아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두 아이까지 챙겨야 하는 가족의 정신적 지주인 '지숙'을 연기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김슬기는 이 작품에서 유독 대사가 많지 않고 눈빛과 표정으로 연기해야 하는 분량이 많았다. 과묵한 역할이 실제 자신의 결과 잘 맞았다는 김슬기는 "꾸미지 않은 노 메이크업 스타일과, 편하게 옷을 입고 말이 없는 것이 일상의 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제 지인들은 이 작품을 보며 놀라지 않고 평소 그대로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며 김슬기는 "저와 결이 맞는 캐릭터라 촬영할 때도 편했다. 원래도 대사로 표현하기 보다 얼굴 표정이나 눈빛으로 연기하는 걸 좋아하고 그게 더 어려운 연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그런 연기를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다. 대본상에는 대사가 거의 없다 보니 분량도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어떻게 연기하는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캐릭터라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저 안에서 잘 존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임산부에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캐릭터는 그동안 김슬기에게서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맡게 되었을까? 김슬기는 "대본을 보고 저한테 들어온 게 맞나 물어봤었다. 개인적으로 기다려온 역할이어서 너무 반가웠고 그래서 저한테 온 게 맞는지 재차 확인을 했다. 낯선 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잘 표현하기 위해 이상문 감독의 작품을 많이 보며 감독님의 스타일을 많이 연구했다"라며 처음 제안받았을 때의 심경을 회상했다.

이상문 감독에게 자신을 캐스팅한 이유를 물어봤다는 김슬기는 "코믹 연기를 하는 사람의 실제 모습은 화면과 다른 분위기라는 게 인상 깊었다고 하시고, 저를 화면에서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하시더라. 달의 뒷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고, 라미란, 정일우, 저의 캐스팅을 완성한 뒤 관객들에게 이 배우들의 정말 낯선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하시더라"라며 감독이 왜 이들 배우를 캐스팅해 파격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었는지를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이런 감독의 생각에 김슬기는 많이 공감했다. 그는 "그동안 에너지를 발산하는 역할을 많이 해서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보이는 역할이 많았다. 한동안은 대사가 없으면서 존재감을 가지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짜로 존재해야만 보일 거라 생각해서 그거에 더 집중했다. 요즘 들어서 그런 부분에서 더 많이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배우로서는 다른 선배님들처럼 내가 이 안에서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표현보다는 이 역할로 살아있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라며 대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기가 아닌 다른 방식의 연기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었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처음에 희극 연기로 대중에게 각인되면서 연기하는 순간이 아닌 홍보나 인터뷰에도 제가 아닌 희극 캐릭터를 원하는 때가 많아서 그때 저를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었다."라며 SNL코리아로 대중에게 각인되던 시절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음을 고백한 김슬기는 "내가 점점 지워지고 내가 누군가라는 괴리감도 들었는데 그건 데뷔 초창기여서 혼란스러웠다면 지금은 저로서도 집중하고 배우이자 연예인 김슬기로 인정도 하며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30대가 된 나이에서 저를 잘 보듬어가고 있는 중이다. 20대에는 배우, 연예인으로 집중해야 할지, 인간 김슬기에 집중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면 이제는 그 둘 다 가 다 제 자신이고, 분리할 수 없이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요즘"이라며 강렬했던 희극 연기 이미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꽤나 길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래서인지 김슬기는 "아직도 희극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다. 저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런 얼굴이면 좋겠다. 제 얼굴이 익숙한 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더 비워내고 역할로 채우려고 한다"라며 앞으로의 연기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마나 연기 변신,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망이 강했는지를 이야기한 김슬기이기에 이번 영화를 본 관객들의 칭찬은 더없이 소중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가 재미있는 게 저한테도 제일 좋은 칭찬이다. 제 역할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의미라 생각한다."라며 연기 칭찬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김슬기는 "저와 닮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편해서 좋고, 저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다른 사람이 될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서 좋더라. 그런데 의외로 저를 닮고 편한 연기를 할 때 대중들은 오히려 낯설어 하시더라. 그게 참 재미있다. 이번에도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연기했다."라며 관객이 낯설어할 연기를 해내 즐겁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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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뭐냐는 질문에 김슬기는 "입 주변에 묻은 밥풀을 떼어먹은 장면, 그리고 뱃속의 아이가 역아라는 이야기를 듣고 멍 때리는 장면이 먼저 생각난다. 그 외에는 가족이 처음으로 해체될 뻔했다가 재회하는 장면이 제일 좋다. '지숙'이 그 가족의 정신적인 지주라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라며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았다.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고속도로 가족'은 11월 2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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