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한 이태원…‘안전’이 압사당했다
대부분 20대·외국인도 26명…부상자 132명 ‘최악의 압사 참변’
정부, 1주일 국가 애도기간 지정…서울광장 등에 합동분향소
서울 이태원에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핼러윈 인파’가 경사진 좁은 골목에 몰리면서 발생한 사고로 30일 오후 11시 기준 154명이 사망하고 132명이 다쳤다. 사상자 대부분은 2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쯤 “압사해서 죽을 것 같다. 사람들이 10명 정도 깔려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있어 다칠 것 같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후 1시간 만에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는 신고가 80건 넘게 들어왔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30일 오전 1시까지 파악한 심정지 환자가 50명, 부상자를 포함한 사상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현장에서는 소방관·경찰관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썼다.
이날 경찰·소방 당국이 발표한 이번 참사 사상자는 총 286명이다. 사망자 가운데는 20대가 103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남성은 56명, 여성은 98명이다. 부상자 중 중상자는 36명, 경상자는 96명이다. 당국은 중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이다.
사고는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태원 곳곳에서는 핼러윈을 맞아 밤늦은 시간까지 인파로 뒤덮였다. 사고가 일어난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폭 4m 안팎의 좁고 경사진 길이 40m가량 이어진다. 수백명이 엉키면서 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핼러윈 행사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이날부터 내달 5일 자정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단다.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는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지원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를 31일 오전부터 운영한다. 장소는 서울광장과 사고 현장 인근 녹사평역 광장이다.
김보미·구교형·박은경·김원진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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