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일 맞은 아들·취업해 상경한 딸…애끊는 사연들

윤태현 2022. 10. 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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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휴가 나온 막내 잃은 어머니 오열…가장 역할한 착한 딸도 참변
한국인 남자친구 실종에 美여성 "할 수 있는 게 없어 힘들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장례식장 모습. 이 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14명의 피해자 시신이 안치됐으며, 인근 일산병원과 장항동 일산장례식장에도 3구씩이 안치됐다. 2022.10.30 nsh@yna.co.kr

(서울·부천·의정부·광주=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애끊는 사연이 속속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생일을 앞둔 아들, 가장 역할을 한 딸, 군에서 휴가 나온 막내, 취업에 성공해 상경한 딸 등 유족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존재였으며, 지인들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연인이었다.

30일 경기 용인 평온의숲 장례식장에는 이날 생일을 맞은 20대 직장인 A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A씨의 아버지는 지난 금요일 아들과 함께한 식사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짓다가 연신 눈물을 닦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생일인 막내아들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친구들이랑 놀러 나갔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는 군에서 휴가를 나왔다가 이태원에서 변을 당한 막내아들 B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B씨의 어머니는 막내아들의 사망 사실을 이날 오전에 확인하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는 참사 소식을 접하고 밤새 아들에게 애타게 연락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A씨는 참사 2시간여 전인 전날 오후 8시 30분에도 군 상관에게 유선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어머니는 "애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전화는 꼭 받는 아인데, 전화를 열 번 스무 번을 해도 받지 않아 너무 속이 탔다"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라고 고개를 떨궜다.

참사 하루, 계속되는 헌화와 추모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0.30 hihong@yna.co.kr

희생자 중에는 결혼한 첫째 언니를 대신해 가족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한 착한 딸도 있었다.

네 딸 가운데 둘째 딸 C씨를 잃은 어머니는 서울 등지의 병원을 헤매다가 경찰로부터 사망자 명단에 C씨가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자 주저앉아 오열했다.

C씨는 중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하면서 몸이 아픈 어머니를 돌보고 두 동생에게 용돈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C씨의 어머니는 "손재주가 참 좋은 아이였어요. 그림도 잘 그리고 요리도 잘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딸이 정이 많고 항상 동생과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였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취직에 성공해 상경한 첫째 딸이 엄마 아빠 잘 있으라는 말도 남기지 못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기도 했다.

항상 웃고 밝았던 첫째 딸인 D씨는 올해 2월 입사 시험에 합격해 혼자 서울로 온 후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부를 이어왔다.

최근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단짝과 '이태원 놀러 간다'는 말에 부모는 "갔다 와. 다녀와서 면접 준비해"라며 흔쾌히 승낙했지만, 그게 딸 아이와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휴대전화 앨범에 저장된 딸 아이 사진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하던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 예뻐요. 꽃다운 나이잖아요. 아직 할 일도 많고 결혼도 해야 하고…"라며 "아직 아이 마지막 모습을 못 봤어요. 보면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지금도 못 보겠어"라고 울먹였다.

함께 이태원을 갔던 D씨 친구의 빈소도 이날 자정께 광주의 장례식장에 나란히 마련될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연락 내역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30일 오후 광주 한 장례식장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딸을 애타게 찾았던 내용이 담겨있는 휴대전화 연락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2022.10.30 uk@yna.co.kr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이번 참사 후 한국인 남자친구와 연락이 끊긴 미국인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남자친구(24)의 소식을 기다리며 애태우는 가브리엘라 파레스 씨의 이야기를 전했다.

파레스 씨의 남자친구는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날 절친한 친구 두 명과 이태원을 찾았고, 오후 9시께 파레스 씨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낸 뒤 소식이 끊겼다.

망연자실한 파레스 씨는 남자친구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여기 미국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너무 힘들다"라며 울먹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후 6시 기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사망자가 153명, 중상자가 37명, 경상자가 9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사망자 153명 중 141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12명의 신원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태현 노승혁 김지연 최해민 최종호 권준우 최은지 송정은 차지욱 기자)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출입 통제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30일 오후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들이 안치된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 입구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2022.10.30 yatoya@yna.co.kr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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