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지하철역 잇는 골목... 양쪽 막힌 40m, 빠져나갈 길 없었다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때 길이 40m, 폭 3.2m 골목 한 곳에서만 154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골목은 지하철역에서 주변 인기 식당이나 클럽 등으로 향하는 핵심 길목이라 늘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사고 당시 골목 안에서 엉켜 있던 사람들이 쓰러졌는데도, 이 골목으로 계속 사람들이 들어와 앞서 쓰러진 사람들을 덮치면서 피해가 커졌다.
사고가 난 골목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곳으로, 도보 1분 거리에 유명 클럽이 6곳이나 있다. 이태원세계음식거리와 이 골목이 T자형으로 만난다. 그러다 보니 음식거리에서 지하철역 쪽으로 내려오는 사람들, 지하철역에서 음식거리나 클럽 쪽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이 이 골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다 이 골목은 경사도가 5분 걸으면 숨이 가빠질 정도인 약 5.7도다.
사고 당시 수천 명이 이 골목 안에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다가 오후 10시15분쯤 한쪽으로 우르르 쓰러졌는데, 그때 아래에 깔린 사람들이 수천 명분 압력을 받으면서 숨지거나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상인들은 평소에도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 때면 늘 일종의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이 골목이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인근 상인 A(80)씨는 “원래 유동 인구가 많은 골목인 데다 경사가 있어 언젠가 사고 나겠구나 생각했다. 술 먹은 사람들이 한번에 몰아닥치니 사고가 안 날 수는 없었겠지만,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40m 길이 골목에 양쪽 출입구 말고는 도중에 빠져나갈 길이 하나도 없었던 것도 피해가 커진 요인이다. 이태원역을 기점으로 오른쪽은 해밀톤 쇼핑센터 건물의 벽으로 막혀 있고, 왼쪽은 몇몇 가게들이 있지만 영업을 하지 않아 문이 닫혀 있거나,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문이 닫혀 있는 술집뿐이었다. 당시 현장 영상 등을 보면 술집 난간을 넘거나, 완전히 벽 쪽에 붙어 있었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지만, 길 한복판에서는 자력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수 시민은 “골목 안에 사람들이 끼어서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는데 자기 길을 가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이모(25)씨는 “완전히 끼어 있는 상태인데 뒤에서 강하게 밀면서 ‘앞으로 갑시다’라며 억지로 밀기 시작했다”며 “나는 다행히 해밀톤 쇼핑센터 건물 쪽 계단 위로 올라가 살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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