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이태원 참사 의혹과 무대책...막을 수 없었나
【 앵커멘트 】 안타까운 이태원 압사 사고 소식, 뉴스추적으로 좀 더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사회부 오지예 기자와 서울시립대 조성일 교수 나와 있습니다. 오 기자, 누구도 예상 못했던 대규모 사고, 미리 막을 수 없었을까요.
【 기자 】 네, MBN 취재를 종합하면, 어제 저녁 6시 기준 이태원에는 6만명, 밤 10시부터는 10만 명이 모였습니다.
이 인파는 이태원 상징성, 그러니깐 서울에서 가장 국제화되고 자유로운 곳에서 핼러윈을 느끼기 위해 몰린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그야말로 자발적인 문화 행사로, 지자체나 특정 단체가 주최한 행사는 아닙니다.
다만 용산구의 경우, 야외 노마스크를 고려해 방역 안내, 상권 활성화 관련 홍보 정도는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1-1 】 결국 직접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다는 거네요.
【 기자 】 네, 경찰은 사고대책본부와 별도로 수사본부를 꾸렸는데요.
사고 전 상황부터 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 진술을 들으며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용산구 등 지자체를 상대론, 다중 밀집 지역 사고 대비 안전 대책이나 예산 배정은 없었는지 살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질문2 】 오 기자, 그런데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얼마 전 불꽃놀이 축제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잖아요.
【 기자 】 네, 3년 만에 열린 불꽃놀이 축제, 당시 100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당시 현장에는 소방과 구청, 서울시, 경찰 행정이 동원돼 종합안전본부가 꾸려져 관리가 이뤄져 안전하게 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반면, 어제 현장엔 200명 정도 경찰 인력이 배치돼 뒷말을 낳고 있는데요.
MBN과의 통화에서 경찰 관계자는 "어제 광화문 집회 배치 인력,부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총동원했다"고 밝혔고요.
정부는 이렇게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 -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비교해)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고…."
【 질문3 】 그런데 교수님,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대규모 인파가 어제 오늘 모인 것도 아닌데요. 간단히 보면, 좁은 공간 그것도 경사까지 있던 곳에 순간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려 사고가 난 겁니까?
【 교수 】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생한 압사사고, 2005년 경북 상주, 2014년 중국 상하이, 지난해 이스라엘 사고를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했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경사가 있는 좁은 길, 계단 등에 넘어지면서 도미노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쓰러져서 발생한 겁니다.
특히 이번 이태원 사고는 음악 소리 등 때문에 위험상황이 뒤쪽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게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 질문4 】 깔린 사람들이 빠져나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겠네요.
【 교수 】 압사사고는 말 그대로 사람이 눌려서 질식하거나 장기 파열,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고를 말합니다.
이때 경사가 있으면 앞으로 넘어지기 쉽고 더 큰 힘이 작용돼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몸무게 65kg인 성인 100명이 한꺼번에 밀 때 압력이 최고 18톤까지 올라갈 수 있단 실험 결과가 있을 만큼 한 번 사고가 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질문5】 오 기자, 그래선지 인명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죠.
【 기자 】 맞습니다.
응급실에 이송된 상당수가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만큼, 앞으로도 사망자 수가 늘 가능성 있습니다.
CPR, 심폐소생술로도 깨어나지 못할 만큼 안 좋았다, 의료진이 손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건데요.
통상 심야 시간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에는 15명에서 20명 정도가 당직 근무를 서는데요.
사고 피해가 워낙 커서 동시간대 응급 환자가 몰려 밤새 병원 응급실도 긴박했습니다.
MBN이 한 의료진과 통화했는데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A병원 관계자 - "CPR 연락이 오면 그때부터 응급실 모든 인력이 그것부터 준비하고 있고. 지금까지 일하면서 CPR이 동시에 두명이 나온 적이 없었거든요. 흔한 일은 아니니까."
【 질문6 】 게다가 피해자들 연령대가 1020 젊은층이 많았는데요. 심폐소생술만 서둘러 했을 때도 안타까운 목숨들 구할 수 있었을텐데요.
【 기자 】 맞습니다.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4분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아도 뇌손상이 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골든타임과 함께 사고 당시 이 현장음이 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현장음) 밀어, 밀어. 뒤로, 뒤로.
【 질문7 】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 아니다 뒤에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였다 의견이 분분한하겠네요.
【 기자 】 맞습니다.
이런 내용이 SNS와 언론을 통해 전해질때마다, 사고 피해자 가족들의 억장이 무너지는데요.
응급실 앞에서 뜬 눈으로 밤새운 한 가족은 뒤늦게 자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현장음) 용인 쪽에서 왔어요. 저희도 연락이 안 되니까.
아마 이번 비극을 직접 겪은 가족들과 생존자 모두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낙인찍기 식 비판은 자제해야되고요 , 적절한 심리 상담, 치료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8 】 그런데 교수님,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 결국 응급 조치도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는데, 그럼 혹시 대비책은 없나.
【 교수 】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사업주로 하여금 사업장의 유해 위험요소를 찾아 이를 제거해서 근로자의 안전사고를 미리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비록 이번 행사의 주관·주최기관이 없었지만, 지자체나 경찰 등이 작년 4월 이스라엘 종교행사에서 일어난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리 위험요소를 살펴 대비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당시에도 코로나19로 금지됐던 행사가 다시 열리며 많은 인파가 모였고 행사 후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좁은 내리막길에서 밀려 넘어지면서 발생하는 등 이번 사고와 유사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어떤 상황이든 시민이 대피하거나 긴급구조단이 접근할 수 있는 '생명로'는 확보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상통로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면 곳곳에 긴급구조단과 경찰, 안내요원 등을 충분히 배치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질문9 】 오 기자, 이번 대참사로 유통가들, 핼러윈 특수를 노렸던 행사들이 일제히 취소했죠?
【 기자 】 그렇습니다.
사고 현장과 멀지 않은 이태원 근처 상점들 들렸었는데, 한 상인은 핼러윈을 맞아 나눠줬던 초콜릿을 수거하고 있었는데요.
애도 기간을 고려해 자중하는 겁니다.
유통가들 역시 서둘러 핼러윈 상품 판매를 멈췄고, 체험 부스 등을 철수하며 행사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주요 테마파크와 지자체 역시 다음달까지 예정된 핼러윈 프로그램과 축제를 긴급 취소했습니다.
▶ 인터뷰(☎) : 용인 에버랜드 관계자 - "저희도 아침에 긴급회의를 해가지고 일단 모든 프로그램들은 전부 중단하기로 하고 했는데…."
다만 제주,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는 예정대로 행사를 열되, 긴급 현장 점검과 경찰의 통제를 강화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질문10 】 교수님, 앞으로 또 다른 큰 행사들이 있는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 교수 】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공연, 행사, 축제가 중단됐었습니다.
그 이전에 쌓였던 안전관리 경험과 역량이 많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최가 있든 없는 인파가 몰리는 행사는 압사 외에도 화재, 폭발, 시설붕괴, 감전, 추락 등 국내외에서 발생했던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 앵커멘트 】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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