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폭력에 얼룩진 사회… ‘연대와 동행’ 외치고파”
신작 ‘클래스’ 11월 12일까지 공연
폭력·노동력 착취 본질은 수직적 문화
정·학계 등 ‘다층적 위계’ 문제 꼬집어
“교수·대학원생 양쪽 입장 대변 노력
끝없는 갈등 겪지만 결국 진실 찾아
관객 스스로 결말 낼수 있도록 유도”
―학교에서 ‘작가가 나오는 극을, 연극에 대한 극을, 예술에 대해 말하는 극을 쓰지 말라’고 배웠다면서 이런 희곡을 쓴 이유가 뭔가.
“(자의식 과잉에 빠질 위험 등을 우려해) 그런 극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렇게 됐다(웃음). 뭔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다. ‘클래스’의 극중극(劇中劇)인 ‘고독한 케이크방’을 ‘미투 운동’ 소재로 (몇 년 전) 썼는데 단막극이라 관객을 만나기 어려웠다.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던 중 미투 운동이 정계는 물론, 예술계와 학계 등 다방면으로 확산하고 교수·학생 간 노동력 착취 문제까지 불거지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폭력의 본질이 위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교실(강의실)이라고 봤다.”
―‘극중극’도 그렇고 작품의 결말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A와 B처럼) 자기 위치에 따라 (사안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극을 쓰는 내내 어떤 결정들을 명확하게 내리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여러 질문을 던졌다.”
―A와 B 중 누구 손을 선뜻 들어주기 어렵더라. 본인 경험이 반영된 건가(진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학생 시절부터 지방의 한 대학을 오가며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사실 2019년 처음 쓸 때는 A와 B, 극중극의 ‘나나’와 ‘언니’만 있었는데 (스토리) 진척이 잘 안됐다.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려울까’를 고민하며 1년 가까이 보내다 원로 교수와 죽은 학생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질까 봐 (한참) 주저하다 집어넣었는데 잘한 것 같다. (추가된 스토리 덕에 전체) 이야기가 더 진행되고, A와 B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수 있게 돼서.”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고, 극작가와 연출가로서 지향하는 작품 활동 방향은 뭔지 궁금하다.
“A와 B가 끊임없이 대립하는 것 같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서로의 시선을 확장한다. 둘은 또 감춰진 것들을 찾으려 애쓰면서 진실을 찾아간다. 이처럼 우리가 서로 맹목적으로 지지하거나 가르쳐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청하면서 동등하게 함께 가야 한다는 ‘연대’와 ‘동행’을 요청하고 싶었다. 일부러 목표하진 않았지만 내가 비주류나 소외계층에 속해서인지 자꾸 그들에게 눈이 간다. 작품에서라도 그분들이 목소리 내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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