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래 춤 추고 故 김자옥이 노래…아바타 만드는 이유요?" [인터뷰]
강원래·김자옥 등 연예인 아바타 개발
"무한함 가진 원천 소스 만들었다는 점 중요"
장애인·고인 등 불가능의 영역 접근
"사람을 위한 메타버스, 유족 의견 무조건 따라"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드는 세상이 메타버스죠. 여기에 하나 더, 그 안에서 너와 내가 함께 즐거워야 합니다. 그게 저희의 철학입니다."
최근 강원래, 고(故) 김성재, 김자옥 등 연예인 버추얼 아바타를 제작해 선보인 갤럭시코퍼레이션 최용호 대표 (CHO.최고행복책임자.34)는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불가능'의 영역은 상상을 초월했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강원래는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췄고, 세상을 떠난 고(故) 김자옥은 남편 오승근과 무대 위에서 손을 꼭 잡고 노래를 불렀다.
연예인 아바타를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은 3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복면을 뒤집어쓴 가수 마미손을 만난 최 대표는 "'부캐(부캐릭터의 준말)'가 미래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안을 구성하는 캐릭터가 중요하다. 부캐와 메타버스의 연결성에 주목했다. 그러다가 에픽게임즈의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가상의 콘서트가 열린 걸 보고 확신이 섰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엄청난 파급력이 있을 거란 굳은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메타버스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연계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시너지라고 했다. 과거 'K-WAVE'라는 대중문화 매거진을 제작·발행한 경험이 있는 최 대표는 한류에 대한 소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반면,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거진을 만들 때 연예인 700명 정도의 화보를 찍고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분들은 국내외 팬을 다 관리해야 하는데, 다 대응을 해줄 수 없다는 부분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며 "단순히 그냥 메타버스 아바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걸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최 대표가 만든 버추얼 아바타는 TV조선의 메타버스 음악 쇼 '아바드림'에서 무대를 펼치고 있다. 싱크로율은 보장되지 않는다. 연예인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꿈'을 반영한 아바타이기 때문이다. 큰 키를 원했던 원슈타인은 일반인의 키를 훌쩍 넘는 거인이 되어 있었고, 데뷔 7년 차 가수로서 실력을 입증받고 싶었던 그룹 업텐션 선율은 토끼의 모습으로 등장해 남녀 보컬을 모두 소화, 놀라움을 자아냈다. 엔플라잉 유회승의 아바타는 무대 위로 날아오르며 노래를 불렀다.
이쯤 되니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난다. 이러한 버추얼 아바타를 '왜' 만드냐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우린 코인이나 블록체인·NFT를 위한 메타버스가 아니라 현실을 위한 메타버스를 지향한다"며 "연예인들에게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다. '당신의 꿈이 무엇이냐'는 거다. 현실이 힘들다고 할지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상상을 하면서 아바타를 만드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운동도 많이 하고, 관리도 자주 받으면서 피지컬은 풍요로워지는데 정신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바타를 통해 멘탈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거다. 정신적인 행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손에 잡히지 않고, 상상에 기인해야 하는 가상의 세계인 탓에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강원래, 김성재, 김자옥 등 갤럭시코퍼레이션에서 선보인 버추얼 아바타 역시 구현의 질이 낮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무한함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상생, 공생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꿈에 포커스된 기업"이라면서 "사람을 위한 메타버스를 한다는 게 차별점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술을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래의 경우, 현실의 육체는 장애를 갖고 있어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아내와 아들이 보는 틱톡, 유튜브 등 온라인 세상에서는 춤꾼이고 슈퍼맨이길 바랐다. 아버지로서 내 자식에게만큼은 최고여야 한다는 그 마음을 대신 이뤄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고인을 캐릭터화할 때는 더욱 조심스럽다고. 최 대표는 직접 유족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희망 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무조건 반영하고 있다. 그는 "망자를 불러온 것 자체가 이슈이지 않냐. 유가족이 원하는 걸 귀담아듣고, 기록해둔 것도 계속 보면서 어떻게 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상의했다"고 밝혔다. "고 김자옥 아바타 쇼케이스 전날 밤에 오승근 선생님께 연락이 왔어요. 무대에 꼭 같이 서달라는 거였죠. 힘이 되어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똑 닮게 만드는 건 애당초 목표가 아니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얼굴을 99.999% 똑같게 만드는 건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돌아가신 분을 그렇게 만들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단계가 오면 그건 더 큰 문제가 된다"면서 "싱크로율을 최대한 95%까지만 맞추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사실 사람들은 시각이 아닌 청각에서 공감을 크게 느낀다. 목소리로 울림을 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을 위한 메타버스라는 말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과는 상충하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세상에 필요한 기업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약 80여명의 연예인 아바타 중에 수익을 창출하는 아바타도 있고, 기부하는 아바타도 있다. 망자는 무조건 전액 기부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무조건 유가족의 명령을 따른다. 그들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은 거다. 그게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면 투자하고 나누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에도 출연할 수 있고, 뮤직비디오에도 나올 수 있고, 팬 미팅도 할 수 있는 무한함을 가진 원천 소스를 만들었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구준엽 메타버스 아바타도 준비 중이다. 현실의 몸은 대만에 있는데, 아바타가 그 외에 필요한 것들을 대신 해줄 수 있다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또 메타버스 예능으로 시작했지만, 다큐멘터리도 나오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린 마음과 자유롭게 부유하는 다양한 상상은 최 대표의 꿈의 근간이 되는 듯했다.
메타버스 음악 쇼 '아바드림'은 앞서 공개된 Mnet '부캐선발대회', TV조선 '부캐전성시대'의 연장선으로, 이들 프로그램은 최 대표가 그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세계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떠올리게 하는 블루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지구를 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 등이 나온다. 스토리를 구성하는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아바타들이 등장하는 '아바 행성'이다.
"저는 지금 펜 하나 쥐고 무한한 흰 도화지 위에 메타버스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예요. 서양의 마블처럼 점진적으로 쌓여가는 콘텐츠 세계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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