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하원의장 남편 ‘자택서 피습’…“미국 민주주의 위기 징표”
정치인 위협 강도 점점 세져
트럼프는 되레 폭력 부추겨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 살해돼도 전혀 놀랍지 않을 것이다. 전화 폭언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 실제 위협과 폭력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일이 벌어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82)의 남편 폴 펠로시(82)가 지난 28일(현지시간) 펠로시 의장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으로 자택에 침입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두개골 골절 등의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데이비드 드파페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사건 발생 당시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에 머물고 있었다.
드파페는 뒷문으로 침입한 후 여러 차례 “낸시는 어디 있느냐?”면서 펠로시 의장을 찾았고, 그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그가 귀가할 때까지 폴을 묶어 두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펠로시 의장 자택을 침입한 인물과 동일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드파페라는 이름의 누리꾼이 인터넷에 개설한 블로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2020년 미국 대선 사기 주장을 비롯해 극우 음모론을 지지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월4일 이후 공화당 후보와 관련 단체가 펠로시 의장을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치 광고를 3690만달러(약 526억원)어치 집행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은 10년 이상 공화당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정치인에 대한 위협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협의 폭과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위협과 폭력을 비판하기는커녕 스스로 정치적 반대파를 향해 독설과 위협적인 언사를 수시로 날리면서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미 의회 경찰 자료를 보면 상·하원 의원과 가족이 위협받았다고 신고된 건수가 지난해에만 9625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이후 10배 이상 늘었다.
미국에서 최근 벌어진 가장 충격적인 정치 폭력 사례는 지난해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를 뒤집겠다면서 연방의사당을 습격한 사건일 것이다.
2020년 10월에는 민주당 소속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무장단체가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직도 패배를 승복하지 않고 있는 2020년 11월 대선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단위 선거이다. 공화당 일부 후보들은 벌써 부정 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며 패배하더라도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메릴랜드대 부설 테러리즘 연구소(START)의 마이클 젠슨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대통령이나 상원의원, 주지사에 대한 위협은 항상 있었지만 이제는 선거 자원봉사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등 지역단위까지 위협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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