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노마스크 핼러윈’…13만명 몰렸는데 보행통제 없었다
조응형기자 2022. 10. 30. 20:16
29일 이태원에는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맞아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인데, 경찰 등 당국의 대비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시내 곳곳에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의 상당수가 광화문 등으로 분산됐다”고 해명했다.
●경찰 예상보다 많은 13만 명 이상 운집
●경찰 예상보다 많은 13만 명 이상 운집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면 1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모였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이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인원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3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지하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승차 4만8558명, 하차 8만1573명)이었다. 3년 전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2019년 10월 26일·9만6463명)보다 약 3만4000명 많았다.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이태원을 찾은 인원까지 더하면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28, 29일 각각 예년과 비슷한 200여 명을 이태원 일대에 배치했지만 참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주로 이태원로의 교통 관리에 투입됐을 뿐 이태원 골목 안쪽의 인파에 대한 안전 대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행자 통행 방향을 정하거나 진입 인원수를 조절하지 않았고, 2017년 등에 설치했던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사고 현장인 해밀톤 호텔 옆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유성주 군(17·충남 서산시)은 “오후 7시 반부터 사고 순간까지 현장 통제 인력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모로코인 마르완 씨(24)도 “관리 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이날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예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서울시청이나 용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구는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대규모 인파 통제 계획 등은 없었다.
통행량 조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역장이 당시 역사 내에는 무정차 통과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전날인 28일에도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직장인 정모 씨(31)는 “28일 친구들과 골목에 끼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로 30분 정도 있었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사람들로 가득찬 사고 전날 찍은 이태원 골목 사진이 올라왔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 안전 관리요원을 배치하고 소방차가 사전에 대기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55평 면적에 1000여 명 운집
하지만 이상민 장관은 이날 서울정부청사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예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서울시청이나 용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산구는 핼러윈 주말을 앞두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고 했지만 대규모 인파 통제 계획 등은 없었다.
통행량 조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역장이 당시 역사 내에는 무정차 통과할 정도로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전날인 28일에도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직장인 정모 씨(31)는 “28일 친구들과 골목에 끼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 채로 30분 정도 있었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사람들로 가득찬 사고 전날 찍은 이태원 골목 사진이 올라왔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 안전 관리요원을 배치하고 소방차가 사전에 대기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55평 면적에 1000여 명 운집
참사가 발생한 골목은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경로다. 북쪽에서 진입하는 쪽은 비교적 넓지만 골목 자체의 폭은 4m 가량에 불과해 인파가 밀려들며 앞쪽에 가해지는 압력이 극도로 높아지는 구조다.
더구나 길이 45m 정도의 내리막길이라 위에서 아래쪽으로 하중이 더욱 가해졌다. 유료로 핼러윈 분장을 해주는 이들이 거리에 설치한 식탁과 의자 등이 인파 통행에 불편을 낳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 씨(24)는 “(사고에 앞선 시점에도) 행인들이 분장사들이 설치해놓은 의자와 식탁에 걸려 넘어졌다”고 말했다.
더구나 길이 45m 정도의 내리막길이라 위에서 아래쪽으로 하중이 더욱 가해졌다. 유료로 핼러윈 분장을 해주는 이들이 거리에 설치한 식탁과 의자 등이 인파 통행에 불편을 낳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 씨(24)는 “(사고에 앞선 시점에도) 행인들이 분장사들이 설치해놓은 의자와 식탁에 걸려 넘어졌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면적이 약 55평(180㎡) 가량인 골목 인근에는 1000여 명이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0시경 지하철역 방향으로 빠져나가려는 인원은 뒤에서 계속 밀려드는데, 골목 앞쪽은 역에서 나온 인파로 가로막혀 있어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쪽의 일부 인원이 잇달아 넘어지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태원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구급차 진출입이 지연되며 초기 구조가 지체된 것도 참사가 커진 원인이다. 사고 현장에서 인파에 깔려 있다가 구조된 정지수 씨(26)는 “체감 상 깔린 뒤로부터 30분 넘게 지나서야 구급대원이 도착했다”고 했다.
현장의 구조본부는 “지금 축제(핼러윈)가 문제가 아니다. 구급차가 빠져나갈 수 있게 경찰 통제에 따르라”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했지만 도로에 가득 찬 차들과 인파가 빠져나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이태원로를 빠져나가기까지 20분가량 소요됐다. 사고 발생 1시간이 넘게 지난 오후 11시 반경에도 “지금 차가 빠지지 않고 있으니 빼 달라”는 119 구조대의 안내가 지속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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