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열흘 앞두고, 하원의장 남편 자택서 피습 중상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2. 10.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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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선거 코앞 두고 공화당에 악재 될까
공화·민주 서로 용의자 정치 성향 ‘연관성’ 부인
의원들 잇따라 ‘테러 공포감’ 호소
낸시 펠로시(왼쪽) 미 하원의장과 남편 폴 펠로시가 2019년 12월 케네디센터상 시상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폴 펠로시는 지난 28일 새벽 샌프란시스코 자택에 침입한 괴한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맞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AP 연합뉴스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가 28일(현지 시각) 새벽 자택에서 40대 남성으로부터 둔기 피습을 당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의 수사 당국은 이 남성이 펠로시 의장을 노리고 침입했다가 그의 남편을 가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이번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의 언론 매체들은 “정치적 극단주의가 심해지고 있는 미국에서 선거 전후로 유사한 사건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28일(현지 시각) 새벽 2시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퍼시픽하이츠의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펠로시 부부 자택에 데이비드 데파페(42)가 망치를 들고 침입했다. 그는 망치로 주택 뒷문의 유리창을 깬 뒤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집에서 혼자 있던 폴 펠로시는 데파페와 마주쳤다. 데파페는 반복적으로 “낸시는 어딨느냐(Where’s Nancy?)”고 소리치며 펠로시 의장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낸시는 어딨느냐’는 표현은 작년 1·6 미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펠로시 의장을 위협하면서 외쳤던 구호다. 펠로시 의장은 그가 침임했을 때 중간선거 지원 유세 차 워싱턴DC에 머물고 있었다.

폴 펠로시는 데파페에게 “잠시 욕실을 써도 되느냐”고 해 피신한 뒤 스마트폰으로 몰래 911(미국의 응급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이어 계속 해서 스마트폰을 켜 놓았다. 현지 신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통화 중’ 상태로 놓인 전화기 너머로 폴 펠로시와 데파페가 나누는 대화를 들은 911 요원이 경찰에 상황을 전달했고, 이에 경찰이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새벽 2시 27분쯤 경찰이 펠로시 부부 자택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관들이 출동했을 때 데파페는 폴 펠로시와 망치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막 망치를 빼앗아 휘두르고 있었다. 폴은 최소 한 차례 이상 망치로 가격당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데파페는 살인 미수와 고령자 폭행, 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두개골이 골절되고 오른팔 및 양손에 심한 상처를 입은 폴 펠로시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빌 스콧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침입은) 우연한 행동이 아니라 의도적이었다”고 밝혔다. CNN 등은 “최근 데파페가 페이스북에 코로나 백신과 2020년 대선, 1·6 난입 사태 등과 관련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데파페가 좌파 성향 녹색당에 가입해 있었고, 나체주의 활동가(pro-nudity activist)로도 활동했다고 보도했다. 데파페가 극우 성향이라고만 단정짓긴 힘들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워싱턴 정가는 이번 피습 사건이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악화와 유가 상승으로 원래 공화당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던 연방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 정치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최근 상원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확률을 53%로,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을 47%로 추산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 용의자가 정치적 극우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선거 막판 민주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공화당은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극우 테러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며 강공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 “공화당의 (2020년) 대선 사기’ 주장 등이 정치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양심 있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정치 성향과 관련 없이 우리 정치의 폭력을 명확하고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공화·민주 지지자들이 잇따라 “데파페는 우리 당 지지 성향이 아니다”라며 연관성을 부인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의원들과 선거·법 집행 기관 공무원들이 잇따라 (테러)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일부 의원은 (정치 테러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미 의회 경찰에 따르면 미 전역 연방 의원 대상 공격 위협은 지난 2017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해 연간 약 9600여 건에 달한다. 미 국토안보부(DHS)와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극우 지지자들의) 불만이 이념적 반대 세력과 선출직 공무원, 선거 관리 직원, 정치인 등에 대한 폭력 위협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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