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들이 피 튀기는 새벽 배송 시장서 '유일한 흑자 기업' 유지하는 비결은
7월 40억 원 투자한 의왕 물류센터 가동 시작
특허 등록한 IT물류 시스템 '오아시스루트' 활용
KT알파·이랜드리테일의 새벽 배송도 맡을 예정
27일 경기 의왕시 오아시스마켓 의왕 풀필먼트센터. 15개의 장바구니가 3층 높이로 쌓인 카트를 끌고 한 직원이 다채로운 상품이 품목별로 쌓인 '피킹 존(Picking Zone)' 1번 칸 앞에서 버섯 두 봉지를 집었다. 그의 손목에 있는 스마트폰에는 실제 카트와 똑같은 개수의 장바구니가 떠 있었다. 직원은 노랗게 표시된 장바구니에 버섯을 넣고, 다시 장바구니를 채우러 카트를 끌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은 자체 앱인 오아시스루트로 효율적으로 작업한다"며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만든 피킹 존을 한 바퀴를 돌면 열다섯 가구의 장보기 상품 피킹이 30~40분 안에 끝난다"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이 7월부터 가동한 의왕 센터는 연 면적 약 3만 평(9만9,174㎡)으로, 기존 성남 스마트 통합물류 센터의 약 일곱 배에 달한다. 의왕 센터는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으로 가는 6,000건의 새벽 배송을 책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우리생협) 출신 김영준 대표가 2011년 설립,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농산물과 식품을 유통했다. 새벽배송 시장에는 2018년에 진출했다.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새벽배송 업체들이 적자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지금까지도 '유일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57억 원을 기록한 오아시스마켓은 올해도 흑자 영업을 이어가, 올해 2분기 영업 이익은 71억9,0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1%가 성장했다.
특허까지 등록한 '오아시스루트'로 물류 효율 높여
이 같은 흑자 경영의 비결을 묻자 회사 관계자는 ①먼저 전국 50여 개 매장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판매 전략을 꼽았다.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면서 온라인에서 팔리지 않은 상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시 할인 판매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오아시스마켓 매장에는 물건을 하루 두 번, 딱 팔 정도만 들여와 매대에 진열한다. 재고를 보관할 창고가 필요 없어 임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오프라인 매장 운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이 다른 새벽배송 업체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이곳의 큰 장점인 셈이다.
또 하나의 흑자 비결인 ②특허 등록한 독자적 IT물류 시스템 '오아시스루트'를 꼽았다. 오아시스루트는 모 회사인 지어소프트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앱으로, 물류센터에서 상품 발주부터 입고,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의왕 센터에서도 직원들이 모든 작업에서 오아시스루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현장 직원은 오아시스루트로 빠진 상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박스 하나에 '냉동→냉장→상온' 상품 순서로 상품을 담았다. 한 패커는 "냉동 상품을 가장 아래에, 상온 상품을 가장 위에 넣어야 채소가 냉해를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포장을 끝낸 박스에 붙인 QR스티커를 스캔해 배송할 상품을 오아시스루트에 등록하고, 박스를 배송 지역별로 분류해 쌓는다. 회사 관계자는 "오아시스루트는 오아시스마켓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고유한 물류 IT시스템으로 특허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의왕·성남 시너지...일일 배송 15만 건까지 끌어올릴 것"
오아시스마켓은 하루에 15만 건까지 배송 건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의왕 센터에서는 KT알파와 합작한 '오아시스 알파', 이랜드리테일과 손잡고 만든 '킴스 오아시스' 등 협력사들 상품의 관리·배송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사업도 확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경북 언양의 물류센터 가동도 추진해 경상권 새벽 배송에 진출할 것"이라며 "요양시설·병원·어린이집 등에 유기농 식자재를 공급하는 친환경 급식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아시스마켓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6월 이랜드리테일이 이 회사의 모기업 지어소프트가 보유한 지분 330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이때 오아시스마켓의 기업 가치를 1조1,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의왕=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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