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프라 뉴비의 좌충우돌 '에어리얼 & 르브리스' 조립기
- 건담 에어리얼 HG 트레일러
주문한 에어리얼 HG가 배송된 지는 좀 지났는데 조립은 차일피일 미뤄두고 있었다. 워낙 공작이나 손재주에 자신이 없어 처음 도전하는 건프라 조립에 겁이 난 탓이 컸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조립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지인에게 조립을 부탁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응원하는 의미는 건프라 주문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게 배송된 박스가 집안 한 켠을 차지한지 며칠, 결국 주말 동안 시간을 내 조립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박스를 개봉했을 때, 조립해야 하는 부품의 양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틀에서 부품이 고정된 부분을 어디서 어디까지 떼어내야 하는지도 긴가민가 했고, 잘못 떼어내서 부품이 망가지면 다시 사야 하기 때문에 내가 이걸 과연 제대로 조립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건프라를 많이 조립해 보신 분들은 설명서 순서와 상관 없이 모든 부품을 분리하고 조립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기자는 초심자인 만큼 설명서 튜토리얼에 따라 조립을 시작했다. 작은 부품들이 많아서 틀에서 떼어 낸 부품을 조립하다 잃어버릴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레고를 조립하면 항상 사라지는 부품이 있지 않던가.
처음 조립은 머리부터였다. 설명서에 부품을 손에 잡는 방향, 조립하는 방향이 친절하게 그려져 있다. 어디가 앞이고 어느 방향으로 조립해야 하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옳은 방향으로 조립하면 딱 소리가 나도록 맞춰진다. 단단하게 고정되는 만큼 잘못 조립했을 때 다시 떼어내려면 힘이 필요할 것 같았다.
머리 조립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스티커를 작은 부품에 붙이는 것이 고역이었다. 제대로 붙이려면 작은 핀셋 등의 전문 도구가 필요해 보였는데, 없는 대로 집에 있는 칼과 잘라낸 면봉, 샤프 끝 등을 이용해 붙였다.
집중해서 여러 번 붙였다 떼느라 눈이 아리고 목이 아플 정도였는데, 이렇게 몸을 비틀며 붙인 것 치고는 붙인 위치나 스티커의 광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부품 안쪽의 스티커가 마음 먹은 대로 부착되지 않는 것이 힘들었다. 왜 사람들이 추가로 도색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어서 몸통을 조립했다. 이 과정에서 처음 가동 부위 조립을 체험할 수 있었다. 설명서에서도 최대한 꾹 눌러 관절 부분이 깊게 들어가도록 하는 것을 추천했다. 움직임에 무리가 없으면서도 단단하게 고정돼 분리되지 않도록 연결 부위가 굉장히 좁고 빡빡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힘을 주다간 부서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몸통과 아까 조립한 머리를 연결시키고 팔과 다리를 조립했다. 팔 조립은 설명서가 시키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팔과 다리는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방향이 틀리지 않도록 순서를 따라 한 파츠 씩 완성했다. 손의 방향이 헷갈릴 때는 박스의 완성형을 참고했다.
다리 조립에서 난관을 겪었다. 분명 시키는 대로 파츠를 분리해 조립했는데 어쩐지 다리를 접어보니 반대 방향으로 접혔다. 부품을 잘못 고른 것도 아니고 순전히 조립 과정에서의 실수였다. 분명 설명서대로 똑같이 따라 한 것 같은데 박스에 그려진 완성형의 모습과 내 에어리얼의 다리 모습은 전혀 달랐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 지도 몰라서 전부 분해하고 처음부터 다시 조립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잘못된 건지도 모르니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했다. "여기서 반대 방향으로 끼워 넣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분리해도 워낙 조립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다시 조립할 때는 죄다 잊어버리는 식이었다. 다시 분해할 때도 워낙 빡빡해서 한 세월 걸렸다. 한 세 번 정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자 제대로 다리가 접혔다. 박스에 그려진 완성형의 도움이 컸다.
무기 및 추가 파츠를 조립할 때는 다리에서 고난을 겪어서 그랬는지 상대적으로 단순한 조립 과정이 선녀같이 느껴졌다. 조립하기 전 유튜브로 에어리얼 리뷰를 봤을 때 방패를 분리해 몸체에 부착한 모습이 꽉 찬 느낌을 줘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방패 대신 총만 든 상태로 조립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만 언젠가 방패를 든 모습도 보고 싶을 수 있으니 방패를 조립하는데 필요한 추가 파츠도 분리해서 보관했다.
조립하는데 소모된 시간은 약 2시간 반 정도였다. 보통 HG를 조립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다리 부분을 세 번 분해하고 재조립한 데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투명 베이스도 따로 구매해 조립한 에어리얼을 세워두고 나자, 만족스럽긴 했지만 에어리얼 혼자 세워두는 것이 조금 허전해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흡족했지만 방패가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남의 기체에서 방패만 뺏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방패를 든 다른 기체가 옆에 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르브리스라든가, 마침 파일럿도 모녀 사이가 아닌가.
결국 르브리스를 추가 구매했다. 출시된 지 시간이 지나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서 반다이남코 공식 몰이 아닌 오픈 마켓에서 주문해야 했다. 역시 무슨 일이든 경험이 중요하다. 에어리얼에 비해 비교적 쉽게 조립할 수 있었다. 특히 방패 조립에 있어 추가 부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에어리얼의 경우 방패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따로 보관해둬야 했다.
디자인 자체는 에어리얼이 더 예쁘고 완성된 느낌이지만 르브리스는 에어리얼에 비해 가동력이 좋다는 인상을 받았다. 베이스에 고정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데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두 기체를 베이스에 세워두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프라모델 자체는 언제든 구입할 수 있지만, 내 손으로 직접 조립했다는 경험이 이 두 기체를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도색이나 습식 스티커 등에도 관심이 갔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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