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상자 29% 한때 순천향병원 몰려…환자분산도 ‘혼선’

천호성 2022. 10. 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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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용산구 이태원 참사 직후 사상자 3명 중 1명이 인근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한곳에 몰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방당국은 이곳이 현장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사망자와 구급환자를 집중시켰지만, 이중 상당수가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앙의료원 쪽은 "상황실을 가동했지만 사고 현장에서 순천향병원이 가깝다 보니 (구급차들의) 통제가 안 되면서 환자가 한 곳으로 몰렸다. 사고 초기 이후로는 상황실이 구급대 이송 등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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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을 찾아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9일 용산구 이태원 참사 직후 사상자 3명 중 1명이 인근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한곳에 몰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방당국은 이곳이 현장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사망자와 구급환자를 집중시켰지만, 이중 상당수가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기관들의 대응 역량 등에 따라 사상자를 분산했어야 할 보건당국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보건당국과 수도권 의료기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의 순천향대병원에는 사건 직후인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82명의 환자가 이송됐다. 사망 154명·부상 132명 등 전체 사상자 286명(30일 밤10시30분 기준) 중 29%가량이 의료기관 한 곳에 몰렸다. 순천향대병원은 사고가 일어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약 1km 떨어져,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이다. 위급 환자와 이미 사망한 희생자들이 이 병원에 집중되면서 영안실과 응급실 주변에는 이날 새벽 한때 구급차들의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기관 한곳에 과도한 환자가 몰리며 인명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여개인 순천향대병원의 응급병상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환자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약 5km 거리의 국립중앙의료원과 5.5km 거리의 강북삼성병원에는 각각 9명, 8명의 환자만 이송됐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장에서 사망판정 받은 사망자는 총 45명이었다. 나머지 108명은 응급처지에 따라 생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의료진과 병실 상황에 따라 환자를 적절히 나눠 배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순천향병원에 이송된 82명 중 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 이송된 인원과 생존한 채로 이송된 인원이 각각 몇명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82명 중 79명은 최종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이 병원에서 생존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이태원 참사 환자는 1명 뿐이다. 경상 환자 2명은 앞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귀가했다. 병원 영안실이 포화가 되면서 사망자 중 6명만 이 병원에 안치되고 나머지 73명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된 상태다.

실제로 소방당국 등의 환자 이송을 분산할 보건 당국의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수 환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상황실)이 병원별 가용 응급병상 등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이를 소방 당국과 공유한다. 하지만 사고 초반 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구급차가 집중됐다.

중앙의료원 쪽은 “상황실을 가동했지만 사고 현장에서 순천향병원이 가깝다 보니 (구급차들의) 통제가 안 되면서 환자가 한 곳으로 몰렸다. 사고 초기 이후로는 상황실이 구급대 이송 등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순천향대병원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다 보니 많은 인원이 몰린 게 사실”이라며 “이송 병원을 선정할 때 심폐소생(CPR) 필요 환자를 (가까운 병원으로 배치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환자 이송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부 의료기관에 환자가 집중되거나, 현장의 환자 중증도 분류가 되지 않는 현상이 재난상황마다 반복된다”며 “환자를 분산시킬 시스템이 없다면 소수 병원이 재난 대응을 전담하는 등 재난 대응 체계를 재편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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