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놀이문화 된 美 축제…"가면·분장으로 욕망 표출"

장병호 2022. 10. 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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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일어난 대규모 압사 참사 희생자 대다수가 10~20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재 한국의 10~20대들은 어린이집이나 영어유치원·학원 등을 통해 핼러윈을 익숙하게 접하고 있다"며 "가을철에 10~20대들이 즐길 만한 축제도 없다 보니 핼러윈이 이들의 대표적인 축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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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파티가 뭐길래]
"열정 분출할 안전한 장소 필요
젊은이들만의 문제로 치부 안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일어난 대규모 압사 참사 희생자 대다수가 10~20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인 핼러윈에 한국의 10~20대가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병력이 현장을 통제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핼러윈은 매년 10월 31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다. 아이들이 마녀, 요정, 인기 만화 주인공 등의 분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얻는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으로 잘 알려졌다.

그 기원은 고대 켈트 족의 축제로 여겨진다. 켈트 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렸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해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다. 19세기 이후 켈트 족의 풍습을 이어받은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지금과 같은 핼러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세상을 먼저 떠난 사람을 기리고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점은 한국의 명절과도 닮았다. 실제로 미국에서 핼러윈은 추수감사절과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축제로 여겨진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각자 독특한 분장을 하고 파티를 열어 축제를 즐긴다. 이러한 축제로서 핼러윈이 한국 사회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우리의 명절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세시풍속인데, 농경사회를 경험한 적 없는 젊은 세대에게는 세시풍속보다 핼러윈 같은 축제가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어린 시절부터 대중매체 등을 통해 핼러윈을 접하면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즐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재 한국의 10~20대들은 어린이집이나 영어유치원·학원 등을 통해 핼러윈을 익숙하게 접하고 있다”며 “가을철에 10~20대들이 즐길 만한 축제도 없다 보니 핼러윈이 이들의 대표적인 축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핼러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면이나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라는 점이다. 김 평론가는 “10~20대들은 영화나 만화 같은 캐릭터도 좋아하고, SNS를 통해 자신이 즐기는 것을 같이 공유하는 문화도 강한데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날이 바로 핼러윈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축제들이 금기를 넘어서는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정 평론가는 “축제의 기능 중 하나는 일상에서 할 수 없었던 것을 축제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라며 “핼러윈 또한 가면과 분장 등으로 본인의 얼굴은 가리지만 이를 통해 욕망과 본능을 드러낸다는 점이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단순히 핼러윈을 즐기려는 10~20대만의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 평론가는 “명절도 없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형태만 조금씩 달라질 뿐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핼러윈을 즐기는 것은 전통적인 명절에는 없는 새로운 축제의 형태를 찾고 있는 것일 뿐이며, 이번 사건으로 젊은 세대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코로나19로 문화적인 향유를 못했던 만큼 젊은 세대의 열정과 에너지를 더 안전한 공간에서 분출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전반적으로 고민했어야 했다”며 “최근 많은 축제가 얼마나 많은 군중이 모이는지만 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보다 안전한 축제 행사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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