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상식 벗어난 ‘당심’ 기댔다 톡톡히 대가 치른 나라는? [나우,어스]
상식 어긋난 당심의 종착역은 英 ‘최단명 총리’ 오점
폭발하는 ‘조기 총선’ 여론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 세계,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 정당의 대표로 선출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당심(黨心)’을 잡는 것입니다.
비록 당심이 국가 전체의 ‘민심(民心)’은 물론, 가장 기본으로 알려진 각종 ‘상식’들과 어긋난다고 할지라도 정당 내 권력과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선 그 어떤 바깥 사정도 돌아볼 필요 없이 ‘당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입맛을 맞추는 정치인이 해당 정당의 최고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당권(黨權)은 잡을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정권 창출’이 지상 목표인 정당에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여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상식과 어긋난 당심을 토대로 수립된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나머지 국가 전체의 경제·사회·안보적 악영향을 부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내줄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야당의 경우엔 민심을 잃어 대선, 총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정권 교체의 가능성에서 멀어지고 말겁니다.
여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 국가가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중심 국가이자 세계 4번째 기축 통화인 파운드화(貨)를 사용하고 있는 영국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지난달 5일 리즈 트러스 전 총리를 당 대표 겸 영국 신임 총리로 선출했습니다. 약 16만명에 이르는 당원 중 57.4%이 지지한 결과,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첫 40대 여성 총리를 탄생시켰던 것이죠.
트러스 전 총리가 영국 전체 민심에 비해 ‘강경 보수’ 성향을 띠는 보수당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바로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이란 ‘트러소노믹스(Trussonomics)’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국가 재정 파탄 등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확장 재정’ 정책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침체 위기에 빠진 영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그의 주장에 보수당원들이 환호하고 나선 것입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도를 완화하려면 금리를 올리고 정부 재정 지출을 줄이는 ‘긴축’ 기조를 보여야 하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기본 중 기본으로 통하는 사안입니다. 이를 근거로 대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수시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탓에 천문학적인 국가 재정이 시장에 풀려 있는 지금, 돈을 더 풀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구멍난 국가 재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던 것이죠.
당시 경쟁자로 나섰던 리시 수낵 현 총리(전 재무장관)도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극구 반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와 역행하는 영국만의 방식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에 혹한 보수당원들은 트러스 전 총리를 그들과 전체 영국인들의 지도자로 뽑는 선택을 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대로입니다. 트러스 전 정부는 450억파운드(약 73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꺼내들었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 영국 국채금리 급등이란 금융시장 대혼란을 야기하고 말았죠.
위기 초반 트러스 전 총리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 잠깐의 고통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금융 시장 대혼란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자 잘못을 인정, 감세안과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완전 폐기하고 말았죠. 이런 와중에도 트러스 전 총리는 자신의 감세 정책이 끝까지 옳다고 우기며 ‘사과’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감세 정책을 추진했던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은 해고됐고, 트러스 전 총리마저 며칠 뒤 성난 민심에 밀려 44일만에 자진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정책을 내놓은 지도자를 뽑은 보수당 ‘당심’의 잘못된 선택은,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란 오점을 만들어냈고,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게 된 것이죠.
장기적으로 감세를 추진할지라도, 지금은 ‘증세’와 ‘긴축 재정’이 답이라 주장해 온 수낵 총리가 뽑히기까지 불과 약 50일 정도 먼 길을 돌아왔을 뿐이지만, 영국 경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셈이죠.
다만, 여기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수낵 총리가 당선된 것도 ‘민심’에 민감한 현역 의원들의 지지로 ‘무투표 당선’된 덕분이지, 트러스 전 총리를 뽑았던 ‘강경 보수’ 성향의 보수당원 전체의 표심이 결정한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최근 경선 당시에도 보수당원 전체 투표를 실시할 경우 수낵 총리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체제는 선거로 정권을 잡았던 세력을 심판하기 마련입니다. 결정적 ‘헛발질’을 한 보수당으로부터 이미 영국인들의 민심은 떠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가 지난 25~26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23%로 제1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 5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장 총선을 치르면 참패가 예상되는 수준인 것이죠. 노동당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신속한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영국 보수당은 조기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현직 총리의 의회 해산이나 의회 과반의 해산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활용해 겨우 막아내고 있죠.
하지만, 민심조차 보수당의 편이 아닙니다. 수낵 총리가 취임한 지난 25일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낵 총리가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5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다만, 증세와 긴축 재정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나서며 상식과 민심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치는 수낵 총리에 대한 지지도(30%)가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34%)의 바로 발끝까지 따라 붙은 것이 보수당으로선 고무되는 지점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상식과 민심과 맞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 그리고 상식과 민심에 따라 정책을 펼치면 돌아섰던 민심 역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제 막 출범한 수낵 정부의 앞날에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닙니다. 경제 위기를 진화해야 하는 가운데 여전히 거센 조기 총선 요구 민심을 잠재워야하고, 분열된 보수당을 단합시켜야 하는 과제가 첩첩산중으로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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