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인은…의료계 "출혈보다 질식사에 무게"

김진수 2022. 10.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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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사망의 원인이 대부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보고 있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이다 보니 구조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으로 사망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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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으로 인해 뇌손상 온 경우 응급조치 한계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사망의 원인이 대부분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로 보고 있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이다 보니 구조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으로 사망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압사 사고 같은 대규모 재난에서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 지침은 회생 가능성이 심정지 상태까지 가지 않아 회생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 살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미 질식으로 저산소성 뇌 손상이 온 경우가 많다 보니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해도 한계가 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질식사 외에 내부 장기 파열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제기된다. 견디기 힘든 압력이 갑자기 복부 쪽에 가해지면서 내부 장기가 파열돼 과다 출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 파열이 최종 사인으로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환자 구조를 주도했던 박규남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질식과 장기파열이 함께 온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질식이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외상성 질식은 30초 정도면 의식이 없어지고, 이 상태에서 6분여가 지나면 회복할 수 없는 뇌 손상을 입지만 장기 출혈은 호흡이 이보다 더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숨을 쉬기 어려운 정도의 지속적인 압력에 의한 외상성 질식이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에 장기파열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최성혁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은 1989년 영국의 축구경기장에서 96명이 사망한 원인이 2021년에서야 비로소 '압박 질식사'로 최종 확인된 연구논문을 제시하며 이번 사고도 이와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최 이사장은 "호흡을 하려면 흉강과 복강 사이에 있는 횡경막과 호흡근 등이 압력에 버텨야 하는데, 이런 근육이 약한 사람들은 사망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이번 참사에서 상대적으로 여성 사망자가 더 많았던 점은 장기출혈보다 질식의 영향이 더 컸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송경준 서울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보라매병원)는 "구조 당시 대다수에서 이미 심정지가 왔다는 것은 짓눌리는 압력으로 흉강이 팽창이 안 되면서 산소 공급이 끊겨 저산소증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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