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완전한 승리가 뜻하는 것
[세계의 창]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지난 16~22일 열린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업무보고를 통해 지난 5년, 10년의 성과와 변화를 돌아보고 향후 5년간 정책과 2035년, 21세기 중반까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3일 열린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에서 당 중앙정치국원과 상무위원 등 새 공산당 지도부가 발표됐는데, 시 주석은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먼저 이번 당대회의 핵심은 시 주석의 당내 지위를 확인하는 것 외에 시 주석이 제시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설명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단결과 분투 외에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중화민족 부흥과 미-중 경쟁이 이번 정치 보고의 양대 축이라는 얘기다. 중화민족 부흥의 중대 고비와 100년 만의 대격변을 맞아 중국을 이끌 강력한 조직과 리더십이 필요한데, 바로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다. 이에 따라 ‘시진핑 총서기의 당 중앙 핵심 지위와 전당 핵심 지위, 그리고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 영도를 각각 결연히 수호한다’는 ‘두개의 수호’가 당헌인 ‘당장’에 포함됐다.
이번 당대회는 2018년 3월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과 그 뒤 이어진 과학기술 전쟁 이후 첫 당대회였다. 비록 업무보고에 ‘미국’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미-중 관계는 어디든 있었다. 대외관계에서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 냉전 사고, 내정간섭, 이중 잣대를 반대한다”는 문구가 들어갔고, 경제 분야에서는 “산업망과 공급망의 근성과 안전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과학기술 ‘목조르기’ 정책을 겨냥해 나온 것이다.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 분야에서 “외국인 관련 분야 입법”을 강조한 것도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개입하는 미국의 ‘롱암법’을 겨냥한 것이다. 국가안보 분야에서는 “부단한 대내외 안보와 안전”을,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독립 반대”와 “외부세력 간섭 반대”를 강조했다.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 등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것은 모두 미국발임을 암시한다.
19차 당대회와 비교하면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경제·개혁·혁신·시장·개방 등 단어가 감소하고 ‘안전’이 많이 증가했다. 또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중국식 길’, ‘공유제’, ‘투쟁하고 용감하게 승리한다’ 등이 지속해서 등장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민영기업에 제재가 가해졌고, 정부 부처와 위원회는 당 중앙의 ‘공동부유’에 협조하기 위해 각종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개혁·개방 이후 40여년 만에 노선에 중대한 전환이 일어나 정치와 안전을 중시하는 형태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 최고지도부인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들이 모두 시 주석과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지는 등 사실상 ‘승자 독식’이 이뤄졌다. 다른 계파 인사들과 권력을 전혀 나누지 않고, 즈장신쥔·민장지부·칭화방·산시방·군사공학계 등 시 주석 측근들을 일컫는 이른바 ‘시자쥔’이 모든 중요 직위를 차지했다. 이는 정치적 충성심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커창 총리와 왕양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후춘화 부총리 등이 완전히 ‘아웃’됐고, 폐막일 후진타오 전 주석이 퇴장당하는 장면은 시 주석이 ‘천하를 통일했다’는 느낌을 더했다. 그러나 시 주석 측근들로 꾸려진 편파적인 지도부는 의사결정 과정이 편향적일 수 있다. 또 새 지도부 구성원들이 지방 수장을 맡았던 경우가 많아 국가 전체를 경영할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다.
또 주목되는 것은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시 주석은 5년이 아니라 10년 이상 집권할 수 있다. 만약 시 주석이 후계 구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그의 직계 인사들의 권력 다툼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시 주석 이후 시대가 직면할 중대한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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