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화꽃·술 한 잔·뜨거운 눈물…이태원역 추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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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 앞에는 30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역 앞에서 울먹이던 한 외국인 여성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빠르게 안개꽃을 두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태원동에 사는 주부 오모(63) 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죽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왜 복잡한 곳에 갔느냐며 피해자를 탓하지 말고 이런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 조용히 추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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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이승연 설하은 기자 = "대부분 제 또래던데, 언젠가 한 번쯤은 살면서 술 한 잔 마셔보지 않았을까 해서…"
비극적인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 앞에는 30일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희생자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비명횡사한 청춘들에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인근 주민은 물론, 일부러 먼 길을 찾아온 시민들은 참사 현장인 골목길 입구에 준비해온 국화꽃을 놓고 엄숙히 묵념하며 고인들을 기렸다.
사고 현장과 20m가량 떨어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도 임시 추모 공간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은 제각각 꽃과 초콜릿, 각종 주류를 놓는 식으로 고인들을 추모했다. 내달 11일 빼빼로데이를 기념해 막대 과자를 놓고 간 이도 있었다.
이동윤(22) 씨는 소주 한 병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그는 "원래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편한 학교 동기, 친구의 마음으로 한 잔을 마셨다"며 "이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꽃을 내려놓은 중국 국적의 왕단치(26) 씨도 "나와 같은 20대가 많이 숨졌다고 해 우울하고 복잡해서 찾아왔다"며 "사망자 중에 중국인이 있는 걸로 안다. 애도하는 마음으로 꽃을 놨다"고 했다.
김상덕(49) 씨는 "가족도 지인도 아니지만 어린 생명들이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등지게 돼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내 가족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니 가족이지 않나"라며 한참을 묵념했다.
역 앞에서 울먹이던 한 외국인 여성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빠르게 안개꽃을 두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 60대 남성은 골목길 옆에 있는 해밀톤 호텔 벽에 국화꽃과 '좋은 세상 가셔서 못다 한 꿈 이룩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종이를 붙였다.
사고 현장 인근에 산다는 이 남성은 "지방을 여행하다가 어젯밤 사고 소식을 듣고 새벽차를 타고 이곳을 찾았다"면서 "처음엔 가벼운 사고라 생각했는데 이후 사망자 발표를 보고 숫자를 잘못 본 줄 알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30대 남성 김모 씨는 "희생된 사람들이 모두 또래가 아니냐"며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을 살다가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핼러윈이 낀 주말이라 오랜만에 즐기러 나왔을 텐데 예기치 못하게 불상사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모(29) 씨도 "희생자분들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추모를) 준비하고 나왔다.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대 여성과 외국인 여성도 입구에 국화꽃을 내려놓고 추모한 뒤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태원 일대 일부 상가는 문 앞에 추모 문구를 써 붙이고 자체 휴무에 들어가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도 좁은 골목길을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태원동에 사는 주부 오모(63) 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죽다니 믿기지 않는다"면서 "왜 복잡한 곳에 갔느냐며 피해자를 탓하지 말고 이런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 조용히 추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60대 상인은 "이태원에서 한평생을 살면서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라며 "아까운 목숨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누구도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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