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구글·애플 인재 끌어안기… 현대차 SDV전환 급가속
사장단 6명 중 5명 타기업 출신
해외 글로벌 SW센터 설립 추진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사진) 회장 체제 이후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확 바뀌면서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SW) 전문 인력 확보에도 속도가 난다는 평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한 수평적 조직 체계 구축에 이어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해외 거점 마련도 추진 중으로, 최근 제시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의 전환에 탄력을 붙인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지난 8월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글로벌 SW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점과 지역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 유럽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포티투닷의 고용 규모는 작년말 기준 200여 명으로,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인력 충원이 빠르게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력 중 70%가량이 네이버, 구글, 카카오, 삼성전자 등 출신의 개발자들로 그룹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계열사로 부각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를 그룹의 모빌리티를 총괄하는 TaaS 본부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 HP,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거쳐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개발자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송 사장 선임 후 1년 반가량 지난 후에 포티투닷 인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상호간 궁합이 맞았다는 평이 나온다. 송 사장 외에 지영조 현대차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이 삼성전자, 신재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본부장(사장)이 미 항공우주국(NASA), 호세 무뇨스 글로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도요타·닛산 출신으로 사장단 6명 중 5명이 외부 출신이다.
또 지난 12일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 주제의 현대차그룹 기술·비전 발표에 등장한 진은숙 ICT혁신본부장(부사장)은 NHN CTO 출신으로 작년 말 영입됐다.
이 외에 한영주 카클라우드개발실장과 채정석 반도체전략TF팀장은 삼성전자, 김주리 전략투자분석담당은 카카오, 김수영 MCS(모빌리티 커넥티드카 서비스)랩장은 네이버, 정헌택 TaaS 전략그룹장은 미 롤랜드버거 출신으로 미래 모빌리티 실무진에도 외부 인사를 다수 영입했다.
그룹의 SW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서정식 대표가 KT 출신으로 현대차·기아에서 차량지능화사업부장, ICT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말 현대오토에버를 중심으로 현대오트론-엠엔소프트 합병을 통해 소프트웨어 계열사를 재편했는데, 합병 후 초대 수장에 외부 출신인 서 대표를 낙점했다. 김지윤 현대오토에버 기술총괄사업부장도 KT 출신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SW 분야의 글로벌 유수 인재를 영입한 배경에는 정 회장의 기업문화 혁신이 뒷받침됐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당시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선임된 이후 2019년부터 전면 자율복장을 도입했으며, 임직원 직급도 간소화시키는 등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변화를 줬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재택·탄력 근무제 확산에 나섰으며, 작년 6월부터는 본사·연구소 인근 7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 개념인 '에이치-워크 스테이션'을 구축했다.
채용 방식도 상시 채용 제도를 도입해 상·하반기 2회에 제한됐던 채용 문턱을 낮췄고, 선발기간은 기존 6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시켰으며 해외 석·박사급도 상시 채용으로 전환해 우수 인재 영입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등 SW 인력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몸값뿐 아니라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장하지 않으면 영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SW 분야는 제조 분야와 달리 투자 대비 수익성이 명확하지 않아 얼마나 과감한 투자와 혁신에 나서는 지가 인재 확보의 조건"이라고 말했다.한편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16~17일 SDV 역량 강화를 위한 'HMG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SDV는 쉽게 이해하면 차에 IT 기술을 얹은 데서 진화해 컴퓨터에 바퀴를 단다는 개념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기술력 강화에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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