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당국 오판이 `핼러윈 비극` 키웠다

김미경 2022. 10.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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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대참사… 사망 153명 등 280여명 사상
전날부터 '대형사고' 우려 목소리
10만 인파에 경찰력 겨우 200명만
이상민 "우려할 정도 인파 안몰려"
주최자 없이 지자체도 안전 손놔
사전대책 100만 불꽃축제와 대조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이날 핼러윈 행사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는 안전당국의 오판과 안일한 대응이 부른 대참사였다. 세월호의 교훈을 잊은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도 일조했다.

이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의 좁은 골목에 핼러윈을 앞두고 10여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모두 280여명이 죽거나 다치는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는 30일 오후 8시 기준 153명이 숨지고 133명이 다쳐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이 10대와 20대로 추정된다. 사망자 중 97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이었고 외국인 사망자는 13개국 20명이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이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한 원인으로 안전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지적된다. 이태원은 핼러윈 행사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 매년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지역이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즐길 수 있는 까닭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다. 사고 발생 하루 전인 지난 28일 저녁에도 핼러윈 행사를 즐기려는 인파가 엄청나게 몰리면서 '이러다 대형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경찰 소방당국 등 안전당국의 사전 대책은 전무했고, 당일 현장 관리도 미흡했다.

이태원을 관리하는 용산구는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방역·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등을 점검했으나 별도의 안전관리 대책은 없었다고 한다.

박희영 구청장이 아닌 부구청장이 주재했고 경찰은 불참했다. 용산구 소속 일부 직원이 현장에 나오긴 했으나 인원이 적었고, 좁은 골목과 경사로가 많은 이태원 특성에 맞춰 한시적 일방통행로를 만들어 동선을 관리하거나, 차량을 통제해 보도를 넓히는 등의 사전 준비가 없었다. 관광객들의 유입 통로였던 이태원역에도 무정차 통과 등 인파를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인력도 절대 부족했다. 경찰은 핼러윈 기간동안 10만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장에 배치된 경찰인력은 200여명 정도였다. 그런 대규모 인파를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경찰 경비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쪽으로 배치가 돼 있었고, 이태원은 종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그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됐다"고 이를 사실상 시인했다. 결국 골목길 통제 등 안전사고를 막을 최소한의 대책은 없었다.

핼러윈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기관이 없어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게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열린 행사들과 대비된다. 지난 15~16일 같은 장소인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의 경우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용산구가 후원한 행사다. 당시에도 많은 인파가 모였으나 경찰이 이태원 주 도로를 통제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하면서 안전사고에 대비, 행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난 8일 진행된 여의도 불꽃축제 때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현장을 찾았지만 안전사고는 없었다. 주최 측인 한화가 서울시에 안전대책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중앙안전본부를 구성해 합동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여의나루역은 무정차 통과하도록 하는 등 사전에 인파 분산조치도 이뤄졌다. 수만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주최자가 없어 안전대책이 무방비였던 만큼 정부나 시 당국이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 관계자는 "보통 사람이 몰리는 행사가 열리면 지자체나 기업 같은 주최자가 있는데 이번 사고 현장엔 사람은 많았지만 이런 주최 측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주최자가 없어 안전관리 등이 이뤄지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의 안전의식 실종도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현장에서 119구급대원들과 시민들이 심정지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상황에도 수십 명이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극단적인 시민의식과 안전의식 실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유럽 출장으로 사고 발생 때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안전대책 컨트롤 타워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전당국이 정치 집회에 대응하느라 대규모 인파가 몰린 젊은이 축제를 챙기지 못해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적한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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