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區, 안전관리 사전조치 소홀···警은 마약·性범죄 대응 치중"

이지성 기자 2022. 10. 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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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핼러윈]
■책임론 불거진 지자체·경찰
사흘간 30만명 결집 예상 불구
차없는 거리 등 행정대책 손놔
28일 부상자 발생 등 '경고음'
경찰은 200명 수준 병력 배치
시민들 안전한 동선 확보 못해
유럽 출장 계획을 하루 앞당겨 귀국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압사 참사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 이태원동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용산구의 안일했던 사전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인근 식당과 주점이 개별적으로 주최한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루 10만 명 안팎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지하철역 무정차와 차 없는 거리 운영과 같은 행정 조치를 사전에 취했다면 피해가 이 정도로까지 확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시와 용산구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는 핼러윈 축제가 개막한 2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에 걸쳐 하루 10만 명, 3일간 최소 30만 명의 인파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나 차 없는 거리 운영 등 사고 예방과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 이태원상인회 등 민간에서 개최하는 행사여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핼러윈 축제 당시 이태원에 8만 명이 몰려 올해는 그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면서도 “서울시 차원이 아닌 자치구에서 열리는 행사여서 방역 대책 외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거나 상황실을 운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는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27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정작 안전 관리를 위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29일 밤에는 일부 구청 직원만 현장에 배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날 희생자 시신 일부가 안치된 원효로다목적체육관을 찾아 “안타까운 사고에 참담할 따름”이라며 “가용 가능한 물적·인적자원을 총동원해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태원을 지나는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만 했어도 피해가 이 정도로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지역이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길목인 데다 당시 귀가하려는 사람과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사람이 뒤엉키면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 모 씨는 “이태원역은 평소 주말에도 클럽과 식당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핼러윈 축제가 열렸는데도 왜 지하철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며 “명절 기간에만 대중교통 특별 수송 대책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축제·집회에 따른 대중교통 대책도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의 한 관계자는 “통상 지하철역 안팎에 위험 요소가 있을 때 무정차 통과를 하는데, 역사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무정차 통과를 하지는 않는다”며 “해당 역장이 판단해 무정차 통과를 결정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시민 불편을 고려할 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시행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지하철 무정차는 사고 발생에 따른 결과론적인 방책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특정 시간대에 한정된 장소에 인파가 운집할 것이 충분히 예상됐다면 보다 면밀한 교통·질서유지 방안이 마련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태원역과 바로 붙어 있는 왕복 4차로 이태원 대로변을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지 않았던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차 없는 거리처럼 차도를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으로 확보했다면 이 정도로 인파가 밀집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구급 차량의 진입이 늦어지면서 인명 피해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경찰의 대응 방침도 상대적으로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경찰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사흘 동안 2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해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주로 성범죄와 마약 범죄 등 강력 사건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과 귀가를 돕는 동선 확보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특히 사고 발생 전날인 28일에도 인파가 몰리면서 여러 명이 쓰러져 부상을 입는 등 사전에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36년 서울 하계 올림픽 유치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지에서 사고 소식을 보고 받은 후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네덜란드에서 급거 귀국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지 출국 전 오 시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하고 사고 상황과 수습 대책을 공유했다. 이날 오후 4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태원 사고 현장을 방문한 뒤 사망자가 안치된 순천향대서울병원을 찾은 오 시장은 “이번에 사고를 당한 분들이 대부분 젊은 분들이라 더 참담한 심정”이라며 “서울 시민 모두와 애도할 수 있도록 장례 절차부터 시작해 사후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31일 오전부터 서울광장과 이태원 광장에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이지성 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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