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리뷰] “클래스가 달랐다” 브롬달-사이그너 8강전 두 레전드의 환상적인 당구쇼
10여차례의 명품샷으로 관중들 사로잡아
TV해설위원 “역사상 어떤 경기보다 화려”
숱한 난구에도 애버리지 2점대 안팎 기록
8일간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는 브롬달 외에 딕 야스퍼스, 다니엘 산체스, 세미 사이그너 등 톱플레이어들이 변함없이 맹위를 떨쳤다. 비록 브롬달이라는 커다란 산에 막혔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이충복의 선전도 평가받을 만하다.
내로라하는 당구도사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선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29일 새벽(한국시간)에 열린 8강전 브롬달-사이그너 경기를 백미로 꼽을 수 있다. 당구황제와 마법사간 대결답게 온갖 명품샷이 속출했다.
두 레전드의 멋진 샷에 관객들은 수차례 박수를 보냈고, 늦은 밤 당구중계를 보던 국내 당구팬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TV로 생중계하던 해설위원은 “역사상 어떠한 경기보다 화려한 경기였다”고 극찬했다. 그날 그 경기를 되짚어본다.
경기는 50점 단판이었고, 초반에는 사이그너가 앞서갔다. 사이그너는 3이닝 하이런13점을 포함해 브레이크타임 전까지 25:11(10이닝), 14점차로 리드했다. 반면 브롬달은 평이한 공격에서도 실패하며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그런 3쿠션 경기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5분간의 브레이크타임 이후 브롬달의 추격이 시작됐고, 그때부터 두 레전드의 환상적인 당구쇼가 전개됐다.
후반전(11~24이닝) 14이닝 동안 무려 10여 차례의 명품샷이 나오며 당구팬들을 사로잡았다. 한 경기에 하나 나올까말까한 멋진 샷이 이닝당 한 개꼴로 나온 셈이다.
더욱이 두 선수는 까다로운 난구배치를 창의적으로 해결해 가면서도 2점대 안팎의 애버리지(브롬달2.083-사이그너 1.739)를 기록하는 클래스를 보여줬다.
사이그너가 14이닝에 바운딩되돌아오기와 걸어치기원뱅크샷으로 27, 28점을 성공시키며 가볍게 응수했다. 까다로운 배치이긴 했지만 이후 이어질 명품샷에 비하면 그나마 난이도가 낮은 편이었다.
당구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샷은 15이닝부터 17이닝 사이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20:30으로 끌려가던 브롬달은 15이닝에 6득점하며 추격에 불을 당겼다. 브롬달은 좁은 공간을 활용한 긴 세워치기로 22점을 올렸고, 25점째는 뒤돌아오기 4쿠션 샷이었다.
스코어는 37:26, 아직 사이그너가 11점을 앞선 상황. 브롬달이 16이닝에 3점을 보태 점수차를 8점차로 좁혔다. (29:37). 이때 29점이 난이도 높은 ‘단-단-장’ 세워치기로 올린 점수다.
탄력받은 브롬달은 기어이 다음 이닝(17이닝)에서 하이런9점으로 역전했다. 17이닝서 브롬달은 세 차례의 기가막힌 샷을 성공시키며 관중들의 혼을 빼놓았다. 단 쿠션을 타고 쭉 올라오는 되돌아오기로 33점을 올린 브롬달은 강력한 파워가 실린 역회전 뒤돌리기로 34점째를 성공시켰다.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멋진 샷에 대한 감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브롬달이 또한번 ‘기술’을 발휘했다. 이번에는 강력한 역회전을 이용한 리버스 샷이었다. 장축 중간에서 출발한 브롬달의 공은 왼쪽 아래 코너에서 2, 3쿠션을 맞은 다음 정확히 제2목적구로 향했다. 37점째다. TV 아나운서는 “와우!”를 외쳤고 해설위원은 “역사상 어떠한 경기보다 화려한 경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브롬달은 42:39로 앞선 20이닝에 또한번 멋진 샷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멀리 떨어져있는 1, 2목적구를 역회전을 활용한 뒤돌리기로 성공시켰다. 경기 막판 3점차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성공한 것이다.
결국 경기는 50:40(24이닝) 브롬달의 승리로 끝났고, 관중들은 멋진 당구쇼를 보여준 두 레전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브롬달과 사이그너는 올해 60세와 58세 백전노장이다. 특히 브롬달은 부쩍 야위어진 모습으로 당구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아울러 “전성기 지났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세월이 흘렀어도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걸 보여준 명경기였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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