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단 4분···심정지 환자 생존율 3배 높이는 심폐소생술 익히기 [헬시타임]
심정지 최초 목격자에게 생사 달려···골든타임 놓치면 생존율 뚝
“심폐소생술 가능하신 분 손 들어주세요”
한 남성이 폴리스 라인 안쪽에서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친다.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이 영상에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지난 29일 이태원 현장의 모습이 담겼다. 남성의 뒤로는 다수 시민들이 바닥에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해당 남성이 “군대 갔다 오신 분 중에 심폐소생 할 수 있는 분 도와주세요. 여자분들 중에 간호사이신 분”이라고 외치며 도움을 청하자 20여 명의 시민들이 폴리스 라인 안 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수백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구급대원이 부족하자 시민들이 앞다퉈 심폐소생술(CPR)에 나섰다.
CPR(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은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중단된다. 뇌는 4∼5분만 혈액공급이 차단되도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정지된 심장을 대신해 심장과 뇌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공급해줄 수 있는 응급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제세동기(AED)를 이용해 응급처치가 이뤄지면 생존율이 80%까지 높아지지만, 골든타임을 놓치면 1분 지연될 때마다 환자의 생존 확률이 7~10%씩 낮아진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CPR을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환자의 생존율이 3배 이상 높아지는 만큼, 일반 시민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가 발간한 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정지 환자의 심폐소생술 절차와 방법을 살펴봤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음을 인지한 목격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조요청이다. 현장의 안전을 확인한 뒤 환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 목소리로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본다. 의식이 있는 환자는 대답을 하거나 움직이거나 또는 신음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만약 반응이 없다면 심정지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119신고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직접 119에 신고한다.
쓰러진 환자의 얼굴과 가슴을 10초 이내로 관찰해 호흡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라면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가슴압박을 성인 기준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30회 시행해야 한다. 깊이는 약 5㎝다. 이 때 단단하고 평평한 곳에 환자의 등을 대고 눕히고, 가슴뼈 아래쪽 절반 부위에 깍지를 낀 두 손의 손바닥 면을 대야 한다. 양팔을 쭉 편 자세로 체중을 실어서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도록 충분히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압박된 가슴은 완전히 이완되도록 해야 한다. 가슴압박을 30회 시행할 때마다 인공호흡을 2회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인공호흡을 시행할 땐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개방하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머리를 젖힌 손의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잡아 막고, 목격자는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막아 1초가량 숨을 불어 넣는다.
숨을 불어 넣을 때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숨을 불어 놓은 후에는 입과 코를 개방해 공기가 배출되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슴압박을 "하나, 둘, 셋, ···, 서른"과 같이 소리를 내어 횟수를 세어가면서 규칙적으로 시행한 다음, 인공호흡을 2회 시행하는 과정은 환자가 회복되거나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만약 인공호흡 방법을 모르거나, 꺼리는 경우에는 인공호흡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가슴압박만을 시행할 수 있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5㎝ 깊이의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병행하는 과정은 체력 부담이 크다. 만약 다른 구조자가 있다면 한 명은 가슴압박을, 다른 한명은 인공호흡을 각각 맡아서 시행할 수 있다. 가슴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5번 시행하고 나면 서로 역할을 교대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생존사슬은 '심장정지 인지 및 구조요청→심폐소생술→제세동→전문소생술→소생 후 치료'의 5단계로 이뤄진다. 여력이 된다면 현장에서 제세동이 시행될 수도 있다. 생존사슬 5단계 중 3 단계가 심정지가 발생한 현장에서 목격자에 의해 시행되는 셈이다.
의료기관이 역할을 담당하는 건 119구급대에 의해 환자가 병원에 옮겨진 뒤부터다. 병원에서는 의료진에 의한 전문소생술을 시행하고, 심장박동이 회복되면 관상동맥중재술 등의 치료가 이뤄지게 된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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