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3m 비탈길에 수천명 밀집···순식간에 도미노처럼 5~6겹 깔려
클럽 피크타임 밤10시 무렵 발생
아비규환으로 정확한 상황파악 안돼
최초신고 30분만에 대응1단계 발령
인력 부족으로 신속 구급·치료 못해
자정께 3단계 격상했지만 이미 늦어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이 대형 압사 사고가 벌어진 ‘생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29일 오후 10시 무렵. 그 전까지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잇는 좁은 골목길은 발 디딜 틈 없는 인산인해를 이뤘음에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사태가 급변한 것은 클럽 ‘피크’ 시간대인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귀가에 나선 사람들과 이제 막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이 좁은 골목길로 쏟아져 나오면서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 골목 길이는 40m, 폭은 3m 내외다. 게다가 한쪽은 해밀톤호텔과 건물들의 외벽이어서 압박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옆길로 피할 공간도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강 모 씨는 “부지불식간에 인파가 몰려들었고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앞뒤에서 밀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숨을 쉬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박 모 씨는 “골목 맨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며 “서로 앞으로 가라고 밀다가 벽에 부딪히거나 휩쓸려서 넘어지는 사람이 생겼다. 살려달라는 사람들과 숨이 넘어가는 사람들의 불편한 호흡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15분 다급한 압사 신고가 119에 처음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사람 10여 명이 깔려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2분 후인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도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물론 소방 당국까지 3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좁은 골목에 몰린 수많은 인파로 인해 다수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소방 당국은 최초 신고 접수 30분 여 뒤인 10시 43분이 돼서야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사고 현장은 이미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때 역시 사상자가 수백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지는 못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조 인력이 부족한 탓에 정확히 환자의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단계 발령 이후 현장에 도착한 구급 대원들은 압사로 쓰러진 시민들을 대로 변으로 이동시킨 뒤 심폐소생술(CPR)을 하기 시작했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 빠른 병원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사고 접수 한 시간여 뒤인 11시까지도 구급 차량은 사고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신고는 계속 이어졌다. 11시 30분까지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구조 신고가 81건 접수됐다. 사고 접수 한 시간 반여 뒤인 오후 11시 50분이 돼서야 대응 3단계로 격상됐다. 소방 당국은 이때부터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경찰 병력도 사건 초기 100여 명 안팎에서 자정을 넘어서야 1000명으로 급히 증원됐다. 이때부터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11시 45분께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 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11시 50분께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 구급·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가 전해졌다. 도로가 통제되고 구급차가 원활히 현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시간도 자정과 가까워졌을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여전히 다른 이태원 상점들은 영업을 했다. 다수의 시민들은 쓰러진 환자들의 CPR을 돕기도 했지만 사고가 벌어진 인근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국 경찰들은 30일 오전 1시 50분이 돼서야 나머지 상점들의 영업을 중단시키기 시작했다.
구조 인력과 경찰 병력이 도착해 상황이 통제되자 심정지 환자들이 대거 발견되기 시작했다. 사건 초기 소방 당국은 사망 2명, 부상 2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0일 오전 2시께 59명 사망, 150명 부상으로 늘어나더니 3시에는 120명 사망, 100명 부상으로 늘어났다. 4시가 넘어서는 사망자가 146명으로,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154명 사망, 132명 부상으로 늘어났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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