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0만명…갤러리의 새 역사 쓴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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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에는 5m짜리 해골 풍선이 환하게 웃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더현대서울 개점과 함께 연 전시공간으로 개관 2년 만에 누적 50만 명을 불러모으며 예술과 상업공간의 성공적 결합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매장 면적이 일반적으로 66㎡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브랜드 10여 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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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장 10개 넣을 자리" 반대에도
"모두가 즐길 공간 필요하다" 밀어붙여
문화시설-상업공간 결합 성공사례로
인플루언서들의 '핫 플레이스'로 각광
앤디 워홀 회고전에는 12만 명 찾아와
'무지개 해골' 관람객도 1만 명 넘어
전시장 한쪽에는 5m짜리 해골 풍선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천으로 만든 풍선은 기괴한 모습과 화려한 무지개색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주변 모습도 정신이 사납기는 마찬가지. 바닥은 형형색색의 도형들이 난무하고 벽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한 그림이 걸려 있다.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의 인증샷 ‘핫 스폿’으로 등극한 ‘무지개 해골’은 스페인의 길거리 예술가 오쿠다 산 미겔(42) 작품이다. 해골 풍선만큼이나 색다른 것은 작품이 전시된 장소다. 미술관 또는 갤러리가 아니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의 백화점이다. 더현대서울 6층에 있는 ALT.1(알트원) 뮤지엄.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더현대서울 개점과 함께 연 전시공간으로 개관 2년 만에 누적 50만 명을 불러모으며 예술과 상업공간의 성공적 결합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앤디 워홀부터 MZ세대 작가까지
백화점과 예술이 새로운 조합은 아니다. 예술 마케팅의 일환으로 일회성 ‘아트 페어’를 열거나, 남는 공간 및 벽면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백화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르게 접근했다. 아예 백화점을 설계할 때부터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 전시장 규모도 여느 중소형 미술관(약 1160㎡) 못지않게 크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매장 면적이 일반적으로 66㎡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브랜드 10여 개가 들어갈 만한 크기”라고 했다.
규모가 크다 보니 회화부터 설치예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전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 때는 전시장이 워홀의 작품 150여 점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 전시회는 4개월 만에 방문객 12만 명을 기록했다. 매일 1000명 이상이 알트원을 찾은 것이다.
오감(五感) 전시 ‘비욘더로드’를 열 땐 전시장 전체를 몰입형 콘텐츠로 꾸몄고, 포르투갈 출신의 젊은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 개인전 때는 전시장을 갈대밭으로 만들어 포토존을 연출했다. 전문 갤러리와 미술관처럼 항온·항습 시설도 갖췄다.
이달 초부터 열리고 있는 ‘비바아르떼’ 전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흥행하고 있다. 흑백 페인팅으로 유명한 후안 디아즈 파에즈, 알파벳을 겹쳐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보아 미스투라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작가 22인을 앞세워 최근 관람객 1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진옥 갤러리반디트라소 대표는 “도시에서 마주치는 색들은 거의 단색이거나 어두운 색인데, 다채로운 색깔의 작품을 통해 현실을 더 희망적으로 보자는 취지”라며 “MZ세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문화시설+상업공간 ‘시너지’
지금은 명실상부 ‘예술 놀이터’로 자리잡았지만, 처음엔 알트원 도입을 놓고 반대도 적지 않았다. ‘전시공간을 조성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더 많이 입점시키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내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백화점 불모지’인 여의도에서 더현대서울이 성공을 거두려면 상품 외에 모두가 즐길 만한 문화공간이 ‘플러스 알파(α)’로 있어야 한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판단이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알트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고객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증가하는가 하면, 쇼핑하러 왔다가 알트원에 들러서 전시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말엔 알트원 입장 대기 순번이 1000번대까지 이어질 만큼 인기가 많다”며 “문화시설과 상업공간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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