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우승팀 ‘엘롯한’, 언제 ‘마의 사슬’을 끊을까
-20년이 넘어 30년까지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진 인기구단들, 왜 일까?
-'저주는 저주'일뿐...전력강화에 힘쓰면 우승은 다가온다
[OSEN=박선양 기자]점점 미국 메이저리그를 닮아가는 느낌이다. 메이저리그 인기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가 오랜 기간 ‘저주’에 시달리던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한국프로야구 인기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가 1990년대 우승을 끝으로 좀처럼 챔피언 트로피를 다시 들지 못하고 있다. 1992년 팀의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후 벌써 30년이 된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1994년 우승팀 LG 트윈스, 그리고 한화 이글스는 1999년 창단 첫 챔피언 등극에 성공한 후 아직까지 우승 추가소식이 없다. 3개팀은 현재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오랜기간 우승이 없는 팀들이다.
올 시즌도 3개팀은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3개팀 중 LG 트윈스가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나 지난 28일 끝난 키움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맥없이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와 롯데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야구계에서는 이들 3개팀을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에 비유하며 ‘저주에 걸린 팀들'로 부른다. 우스개 소리이지만 그럴듯해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는 ‘추신수의 저주’, LG 트윈스는 ‘김재현의 저주’, 한화 이글스는 ‘이희수의 저주’ 등으로 야구계에서 회자되곤 한다.
롯데의 ‘추신수 저주’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신수가 부산고 3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연고구단인 롯데는 추신수를 1차 지명하며 계약하려 했지만 계약금 차이로 실패하고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에 빼앗겼다. 추신수로선 롯데 유니폼을 입을 뻔했지만 뒤로 한 채 메이저리그로 진출, 한국인 야수로 대성공을 거뒀다. 앞서 롯데는 추신수에 앞서 추신수의 2년 선배인 부산고 우완 에이스 백차승을 잡으려했으나 역시 몸값 차이로 놓친 아픈 기억이 있다. 백차승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 메이저리그까지 올랐다.
롯데가 둘에게 계약금 1억원씩만 더 썼으면 잡을 수 있었다는 게 당시를 기억하는 롯데 출신 관계자의 전언이다. 만약 둘을 메이저리그에 빼앗기지 않고 눌러 앉혔다면 롯데는 200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을 것이란 게 야구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둘은 당시 유망주들 중에서도 최고로 함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면 롯데의 우승도 충분했을 것이라고.
LG 트윈스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신인 3인방(유지현, 서용빈, 김재현)’의 한 명으로 최고 스타였던 좌타 강타자 김재현을 놓친 것이 뼈아팠다. 날카로운 타격에 장타력까지 갖춘 ‘캐넌포’로 불렸던 김재현은 2005년 SK 와이번스로 이적했다. LG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었으나 당시 LG는 김재현이 고관절 괴사라는 병이 있어 FA 계약을 꺼리며 주춤했다. 그러는 사이 SK가 수술한 그를 과감하게 잡았고 김재현은 2007년 한국시리즈 MVP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LG로선 김재현이 그대로 있었다면 지금까지 우승에 목말라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게 야구계 일각의 주장이다. 김재현은 리더십도 갖췄기 때문.
1986년 리그에 합류한 한화 이글스도 1999년 우승 이 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양대리그제로 운영된 1999년 매직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 롯데를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일궈냈다. 당시 사령탑은 이희수 감독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우승 1년 후 성적부진을 이유로 이희수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감독으로선 재계약을 하지 못한 치욕이었다. 전신인 빙그레 시절부터 한국시리즈에 6번 진출했던 한화에게 유일하게 우승컵을 안긴 감독이었는데 짤린 것이다.
물론 3팀의 이런 저런 우승 못하는 이야기는 야구계의 우스개 소리에 불과하다. 팀전력이 우승팀에 못미치는 것이 결정적 실패 요인이지 '저주'는 호사가들의 농담일 뿐이다. 그러나 20년을 넘어 30년까지 3개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저주’는 점점 자리를 잡는 분위기이다. 특히 LG는 꾸준히 전력보강에 투자하는 구단으로서 가을야구에 매년 접근하면서도 마지막 고비를 못넘기는 모습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매년 희망고문 중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최고선수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보낸 후 얻은 ‘밤비노의 저주’를 84년만인 2007년 끊어냈고 시카고 컵스도 ‘염소의 저주’를 104년만인 2016년 깼듯이 이들 3개팀도 좀 더 과감한 투자로 나서면 머지 않아 저주도 풀릴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통의 명문구단들로 인기구단인 보스턴과 시카고도 저주를 끊어내기 위해 꾸준히 투자한 끝에 성공시대를 다시 열었다. 한국프로야구의 인기구단들인 이 3개팀이 보스턴과 시카고를 롤모델로 삼아 언제쯤 저주를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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