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폭 3.2m 골목에 인파 몰리며 뒤엉켜…인명피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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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는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원이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의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이태원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세계음식거리 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나와 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동선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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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는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원이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의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이태원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5m, 폭은 4m 내외다.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이다.
번화가와 대로변을 잇는 골목이다 보니 세계음식거리 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이태원역에서 나와 이들과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려는 사람들의 동선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폭은 3.2m로 유난히 좁았다. 이 길의 한쪽은 해밀톤호텔의 외벽이어서 사람들이 피할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한때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며 골목을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이 골목이 수용 불가능한 인파가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생존자들은 공통으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비탈길 구조도 사태를 키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사로에서 누군가 넘어지고 밀려나가기 시작하면 수습이 안 된다”며 “도로의 물리적 구조 자체도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데 일부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았던 탓에 당시 출동한 소방과 경찰의 구조 작업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소방대원과 경찰이 아래쪽에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여러 겹 포개져 있었던 탓에 쉽지 않았다. 심정지·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 대원도 부족했다. 현장 경찰관은 물론 시민들까지 심폐소생술을 도와야 했다. 참사 뒤 귀가하는 차량이 이태원로에 집중되면서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향하는 길도 쉽지 않았다는 게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피해는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에게 집중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153명 중 여성이 97명이다.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황상 피해자들 대부분은 외상성 질식사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사람에 눌려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참사처럼 대규모로 사람이 깔려 있었다면 남자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성인 1명 체중을 70㎏으로 잡고 5명만 있어도 350㎏을 훌쩍 넘을 테고 여기에 속도까지 붙으면 더 강한 하중이 가해졌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워낙 사람이 많았다고 하니 (맨 아래 깔린 피해자는) 1t 이상의 압력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사전 통제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무 교수는 “골목 구조가 참사에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경찰의 통제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봐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인파가 몰릴 때를 대비한 철저한 통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아직 최초 사고 경위가 불명확한 만큼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소 관계자의 진술 CCTV를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사고 예방 조치를 충실히 했는지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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