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지마” 비명뒤 사람들 쓰러져…구급차 접근도 쉽지않아
"사람 깔렸다" 10시15분 첫신고
1시간동안 호흡곤란 신고 81건
도로통제 안돼 현장 접근 지연
인도·차도에 부상자 널브러져
◆ 이태원 대참사 ◆
이날 비극은 수만 명이 '핼러윈의 성지'인 이태원에 집결하면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억눌렸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 길거리로 쏟아진 젊은 세대의 몸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결국 참사는 이날 밤 10시께 이태원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쪽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이곳은 폭이 3~4m에 불과할 만큼 좁았으며, 도로 길이는 45m 남짓이었다. 대로변에서 세계음식거리로 이동하려는 사람과 이태원역으로 내려오려는 사람이 이곳에 뒤엉키면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밀집하게 됐다. 또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과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 등이 길을 일부 막으면서 통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곳곳에서 "밀어" "밀지 마" 등 고성이 터져나오는 찰나에 누군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대열이 무너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 모씨는 "외국 남성 등 일부 무리가 막 소리지르면서 위에서 아래를 향해 힘으로 밀어붙였다"면서 "골목 위에 있는 사람들은 골목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고, 골목 안에 있는 여성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쳤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골목길 양쪽으로 콘크리트 건물이 막고 있어 쓰러진 사람들의 무게는 도망갈 틈도 없이 가장 앞쪽에 있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쏠렸다. 이날 밤 10시 15분께 "이태원동 옆 골목에 10명이 깔려 있다"는 첫 신고 전화가 소방서에 울렸고, 이후 약 1시간 동안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81건에 달했다. 비상 상황을 예상해 대기 중이던 소방당국이 즉시 출동했지만, 현장은 이미 수천 명이 심정지, 호흡정지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아비규환이었다.
이태원을 가로지르는 2차로 통행을 예년과 달리 금지하지 않아 출동한 소방과 경찰은 현장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수많은 인파에 통신이 일부 장애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구조된 부상자들은 인도와 차로 곳곳에 누여 치료의 손길이 한시가 급했다.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들까지 나서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부상자의 회복을 도왔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행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으며, 응급차로 이동하는 일행과 함께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가는 이도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했다는 20대 이 모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왔는데 직접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충격적"이라며 말을 흐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신고가 접수된 지 30여 분 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구조에 나섰으나 사상자가 예상 수준을 넘어서자 1단계를 발령한 지 1시간 만인 밤 11시 50분께 재난대응 단계 중 가장 높은 3단계까지 끌어올렸다. 구조와 수색을 위해 총인력 2692명, 장비 233대를 투입했으며 서울의 119구급차 52대를 포함한 전국 구급차 142대를 동원했다.
서울·경기 인근 대학병원 15곳에는 재해의료지원팀(DMAT) 지원을 요청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이태원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무려 150명 이상에 달했다. 부상자 130명 이상까지 포함하면 사상자 규모는 총 286명으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로 기록됐다. 사고 초기에는 사망자 수가 50여 명이었으나 심정지 등으로 병원에 이송한 부상자가 사망하면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고 힘이 약한 여성들의 피해가 커서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인 100명 정도에 달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한 중국, 이란 등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 20명 이상도 목숨을 잃었다.
앞서 가장 큰 압사 사고는 1959년 7월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관중 3만여 명이 소나기를 피하려고 좁은 출입구로 몰려 67명이 압사한 사고다. 1960년 1월에는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이 몰린 서울역 승강장에서 31명이 압사로 사망하고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5년 10월에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 공개녹화에서 관중이 한꺼번에 출입문 한곳으로 입장하다가 11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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