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4m 골목서…처참히 무너진 안전
154명 사망·132명 부상
좁은 내리막길 몰린 인파
순식간에 와르르
20대·여성 희생자 많아
8년만에 또 대형사고
"여전한 안전불감증이
후진국형 대참사 불렀다"
◆ 이태원 대참사 ◆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압사 사고로는 피해가 컸던 1959년 7월 부산 공설운동장 사고보다 더 참담했다. 당시에는 관중 3만여 명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좁은 출입구로 몰리면서 67명이 숨졌다.
이날 참사는 축제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9일 오후 10시께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수만 명이 몰려들면서 발생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가 해밀톤호텔 옆 골목의 폭 4m 남짓한 비좁은 내리막 경사로를 내려오면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골목을 빠져나가기 위해 서로 밀치면서 중심을 잃은 사람들이 발을 헛딛자 주위 사람들도 도미노처럼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피해가 커서 사망자 154명 중 98명에 달했다. 남성은 56명이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방문한 외국인 26명도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에는 군 장병과 군무원 3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등은 사고가 발생한 세계음식문화거리를 밀집혼잡구역으로 지정하고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함께 이태원역 주변의 환풍구에 안전가드를 추가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라며 "사람이 많이 몰리면 압사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식의 부재'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상 상황을 예상해 대기 중이던 소방당국이 즉시 출동했지만 사고 현장에 사상자들이 겹겹이 쌓여 있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핼러윈을 끝까지 즐기려는 사람들로 길이 막혀 구조가 지연되기도 했다. 일부 업소는 영업을 그대로 이어가 눈총을 받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에 현장지휘본부를 마련하고 구조에 힘을 기울였다. 서울시는 이날 새벽 실종자 접수처를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실종 신고 건수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총 4024건에 달했다.
[안병준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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