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0명이 밀면 18t 압력"…좁은 골목에 선 채로 질식사
구조대 도착땐 이미 심정지
◆ 이태원 대참사 ◆
이번 참사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4m, 길이 45m 내외의 좁은 골목길에서 일어났다.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에 불과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로 이어진 이 골목은 간신히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세계음식거리 쪽으로 오르막 경사까지 기울어진 이 골목은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이른바 보틀넥 형태다. 병의 목 부분처럼 넓은 길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교통 정체를 일컫는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사고 당시 지하철역이 있는 대로와 방문객이 몰리는 세계음식거리를 잇다 보니 통행객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아래에서 올라가려는 사람의 동선이 겹치는 동시에 사진을 찍는 사람 등이 서로 엉키면서 순식간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길 양쪽은 콘크리트 건물 외벽으로 막혀 사람들은 인파를 피해 도망갈 틈도 찾을 수 없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통행이 뜸할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어느 순간 인파가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은구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골목이) 경사 지면이기 때문에 사실 뒤에서 밀면 보통 사람들이 안 밀리려고 반대로 힘을 준다"며 "그러다가 점점 서로 역방향의 힘이 작용하다 넘어지고 이런 사람이 생기면 계속해서 그 힘이 밀리면서 중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연구들을 보면 실제로 65㎏의 성인 100명 정도 인파에 휘몰리게 되면 하단에 18t가량의 힘이 가해진다고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 대다수는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를 사망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질식사 외에 내부 장기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 차원에서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가 국민 안전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병준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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