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청년에 “죽으면 안돼”…모두가 구급대원 됐다
시민들 나서서 응급처치 도와
생면부지 청년에 "죽지마라"
팔다리 주무르고 인공호흡도
◆ 이태원 대참사 ◆
갑작스레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비극을 증언하는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어졌다. 대참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기록도 있었으며 참사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대형 사고 와중에도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혼란에 빠진 시민들을 도왔다.
30일 SNS에선 실시간으로 이태원 대참사 관련 목격담과 영상 등이 올라왔다. 사고 당시 축제에 참여한 인플루언서들도 현장의 참담함을 증언했다. 구독자 6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여정을떠난여정'의 선여정 씨는 본인 SNS를 통해 "(현장에서) 갑자기 한 번 엉키기 시작하더니 힘으로 밀고 당기다가 아수라장이 됐다"며 "아래로 내려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CPR를 받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숨이 막혀서 앞이 하얘질 때 이대로 눌리다가는 발을 헛디뎌 넘어져 엉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친구와 제가 불과 단 몇 분 차이로 운명을 달리한 게 기분이 이상하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밤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현장에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환자 수십 명이 한꺼번에 길바닥에 그대로 쓰러지는 바람에 심폐소생술(CPR)을 할 수 있는 구급대원이 부족해지자 시민들은 앞다퉈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구급대원을 도와 환자를 옮기고 너 나 할 것 없이 생면부지의 환자에게 4~5명씩 달라붙어 팔다리를 주무르는 시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 현장에선 군대에서 배운 CPR 교육이 주효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대한민국 군인이면 1년에 여러 차례 CPR 훈련을 받는데 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아야 시험 통과가 가능하다. 예비군에서도 가르치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인들이 바로 달려와 CPR 시도를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에선 현장에서 발 벗고 생명을 구하고자 했던 의인들 증언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CPR를 시도했다고 밝힌 익명의 누리꾼은 "구급대원이 'CPR자격증 소지자가 제발 도와달라'고 애절하게 요청해 나섰다"며 "현장에서 가슴을 압박하고 기도를 확장시키며 제발 살아 달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한 CJ ENM 직원이 시민들이 현장에서 도와주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한상헌 기자 /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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