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끔찍 영상·사진 유포 '자정 촉구'…정신과 의사들도 목소리

이가람 2022. 10. 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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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대규모 압사 참사와 관련한 잔혹한 영상과 사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사진 및 허위 사실 유포를 반대하는 자정 작용에 나섰다. 정신과 전문의들도 피해자 명예훼손과 트라우마를 예방을 촉구했다.

30일 트위터대한민국에는 "트위터의 민감한 미디어 관련 정책을 알려 드린다"며 "이태원 사고 현장 이미지와 영상 트윗 시 정책을 참고해 주시고, 문제 트윗을 발견하시면 신고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말미에는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트위터는 실시간 동영상, 프로필 헤더, 리스트 배너, 커뮤니티 커버 사진 등에 잔혹·폭력·선정적인 콘텐츠를 게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을 어기면 콘텐츠 삭제 요청, 계정 일시 잠금 처리, 계정 영구 정지 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도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게시글 및 댓글 작성과 관련해 주의를 요청했다. 또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는 정보 공유와 사고와 연관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SNS와 메신저에서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축제 사고 현장이 여과 없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쏟아졌다.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려 소리를 지르는 모습부터 환자들이 길바닥에 눕혀진 채로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모습, 피로 젖은 땅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소방·구급인력들의 모습, 핼러윈 분장을 한 시신들의 모습까지 모자이크 없이 업로드 됐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떠돌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뒤에서 밀자고 외쳤다", "도미노처럼 깔리는 걸 구경만 하고 있었다", "가게들이 음악 소리를 키웠다", "이번 사고에 마약이 연관돼 있다", "사람이 죽든 말든 영상을 찍느라 바빴다" 등이다.

누리꾼들도 자정 작용에 힘쓰고 있다. 누리꾼들은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보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명백한 초상권 침해", "근처에서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과 거주 중인 주민들에게도 충격인 일",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능이란 게 있다면 루머 퍼뜨리지 마라" 등의 주장을 펼쳤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이날 긴급성명을 냈다. 학회는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라며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도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혐오표현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재난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한다"며 "이러한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언론에게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고, 정부에게는 피해자·유가족·목격자·사고대응인 등을 대상으로 한 국민정신건강지원의 필요성과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 민간 전문가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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